▲ 아라베스크 대표 피라스 알코파히. ⓒ천지일보(뉴스천지)
아랍(할랄)음식점 아라베스크 대표 피라스 알코파히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인천에 오면 한국을 찾는 아랍인들에게 꽤 유명한 사랑방이 있다. 동인천역 앞에 한눈에 들어오는 이국적인 간판을 단 아랍(할랄)음식점 ‘아라베스크’가 그곳이다. 늦은 오후가 되면 인천에 사는 아랍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입소문을 타고 한국인들도 찾는 아라베스크의 대표 피라스 알코파히(46)씨가 자상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는 모습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외국인이지만 한국말도 자연스러워 손님들과의 대화도 잘 이끈다. 진한 커리와 난(아랍식 빵) 등 이 식당에서 내놓는 할랄음식은 그 맛을 인정받아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18년 전 한국을 찾은 알코파히씨에게 아랍 음식점을 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소망을 들어봤다.

◆모국 음식으로 친구들 마음 달래고 싶어

피라스 알코파히씨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98년 고국 요르단을 떠나 한국땅을 밟는다. 당시 그는 자동차와 가구 소품 파는 일을 하는 바이어(구매자)였다. 한국은 사업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

인천에 무역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확장해 간 그는 그로부터 5년 후 어느 날 생각에 잠긴다. 알코파히씨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타지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친구와 동료 등 아랍인들에게 고향의 음식을 제공하고, 한국인들에게 이색적인 할랄(아랍)음식을 선보여 아랍 문화를 이해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

“13년 전 당시 문을 연 저희 레스토랑은 인천에 있는 최초의 외국인 식당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할랄음식이나 고국 음식을 먹으려면 서울의 이태원에 가야 했는데 한번 가기도 쉽지 않았다. 인천 등 한국에 사는 수많은 아랍인이 있는데, 이러한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일부는 한국 음식과 문화도 좋아하지만, 모국의 음식은 다르다.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제가 작은 음식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13년 전 아랍음식점을 연 후 현재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아라베스크는 건물 외벽이나 물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아라비아 무늬를 뜻한다. 아라베스크가 내놓는 음식의 식재료는 할랄(꾸란에서 허용된 것) 식품이다.

대부분 이슬람교도인 아랍인들에겐 종교적 신념을 지키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붐빈다. 작은 지구촌을 연상케 하는 그의 식당은 메뉴도 요일을 정해 여러 국가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알코파히씨는 “인천에는 많은 바이어들이 활동하는 곳이기에,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온다. 우리는 메뉴가 있지만 매일 다른 음식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목요일 ‘맨디’라는 예멘 음식을 준비하고, 금요일은 ‘멘샤프’라는 요르단 음식을, 토요일에는 ‘따진’이라는 모로코 음식을 하는 등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이며 손님을 맞는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첫발을 뗀 후 18년을 살아온 인천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지난 2011년에는 인천시민명예외교관으로 위촉되는 등 여러 봉사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에 동참해 꽤 유명인사로 알려져 있다.

알코파히씨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고국인 요르단에는 1년에 한번 정도 갔다 온다. 난 한국에서 외국인이라고 느끼고 싶지 않다. 인천 사람으로 느끼고 싶다”면서 “인천 사람들도 좋다. 좋은 친구들도 많다. 가끔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나를 반기는 사람이 많다. 즐기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고 말한다.

▲ 요르단에서 예술가로 활동했던 피라스 알코파히씨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캘리그라퍼 활동… 아랍어 美 한국에 소개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캘리그라퍼다. 요르단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알코파히씨는 틈틈이 캘리그라피 작업을 통해 이슬람 서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등 중동 문화를 알리는 민간외교사절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가 이슬람 영화제에서 선보인 ‘이슬람어로 이름 쓰기’ 행사는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나에겐 예술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요르단에선 예술 활동을 많이 했다. 아랍어 서체로 중동 문화를 알리고 싶다. 한 단어로 많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이름을 아랍어로 쓰면 사람들이 매우 놀라워한다. 글자 안에 어떤 뜻이 있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들은 무척 아름답다고 느낀다. 음식도 예술과 같다. 음식 역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 만들지 않으면 아마 맛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고 좋지 않을 것이다.”

알코파히씨는 “내가 음식점을 연 이유는 오직 돈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삶은 단지 돈을 벌어 은행에 맡겨두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삶을 즐기면서 이곳을 찾는 이들과 행복을 나누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에도 지점을 내서 더 많은 한국인에게 아랍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 인천에서 유일하게 아랍음식을 제공하는 아라베스크 대표 알코파히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직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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