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을미년 한 해가 저물었다. 많은 사람에게 지난 1년은 무한 생존경쟁 속에 숨 가빴던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사회의 온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남을 위해 조용히 헌신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봉사하며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을 만나봤다.

▲ 은빛봉사단이 재가 어르신들이 먹을 도시락 반찬을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평균 82세 어르신 은빛봉사단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단 한 번도 봉사활동이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우리 6명이 함께라면 무엇을 하던 즐거워요.”

평균 나이 82세. 하루 2~3시간씩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온 ‘은빛봉사단’ 어르신들은 “6명 모두가 동아리 회장”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은빛봉사단은 1998년 노인대학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60세 이상의 어르신 10명이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자 결성했다. 이들은 저소득·소외계층 어르신들의 식사 배식 보조 및 뒷정리, 재가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및 밑반찬 포장 봉사활동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왕언니 전수덕(85) 할머니를 비롯해 주종순(83)·김태숙(83)·이정순(80)·한옥 수(80)·서인옥(80) 할머니가 활동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손맛’은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지역주민문화 축제나 각종 소외계층 지원 바자회가 열리는 자리엔 늘 은빛봉사단이 출동한다. 한 할머니는 “바자회에 가면 우리가 만든 부침개가 인기만점”이라며 “없어서 못 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르신들은 봉사활동이 우정과 건강을 지켜주고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김 할머니는 “봉사하는 시간은 한 번도 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은 고되지만 이 나이 되도록 건강한 몸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 할머니도 “우리 6명은 이제 친구를 넘어 자매다. 건강하게 3년이고 4년이고 함께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할머니들은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대해 염려를 표했다. 주 할머니는 “요즘은 세상 살기 바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서로 나누고 베풀 수 있는 따뜻한 세상 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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