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을미년 한 해가 저물었다. 많은 사람에게 지난 1년은 무한 생존경쟁 속에 숨 가빴던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사회의 온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남을 위해 조용히 헌신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봉사하며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을 만나봤다.

▲ 오용규 도봉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이 서울 성북구의 한 화재피해 주택에서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야간 근무조로 편성되는 주간엔 퇴근과 동시에 봉사터로 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사진제공: 오용규 소방관)
인터뷰| 도봉소방서 소방관 오용규 팀장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소방관 오용규(52) 팀장의 1년은 짧았다. 올해 내내 노인복지관, 노숙인 시설 등 봉사 현장을 누비고 다닌 시간은 무려 1200시간.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갔다. 설거지에서 청소, 급배식까지 봉사 종류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봉사를 하다 보면 중독됩니다. 일단 현장에 가면 마음이 즐겁죠.” 그는 봉사는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위한 일 같지만, 그 즐거움과 보람은 결국 자기에게로 돌아온다는 말. 물론 몸으로만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1년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기부금도 내고 있다. 오 팀장은 도봉소방서에서 현장지휘팀을 맡고 있다. 지난 2008년 중부소방서 재직 시절 숭례문 화재 진압을 지휘했던 것을 계기로 방송 전파를 타기도 했다.

지난 1991년 임용된 뒤 24년간 봉사에 매진해 왔다. 누적 시간만 4600시간. 그것도 2010년 이전 시간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때부터 자원봉사 시간을 관리해 왔다. 그의 한 달 평균 봉사 시간은 100시간에서 120시간에 이른다. 야간 근무조로 편성되는 주간엔 퇴근과 동시에 봉사터로 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아침에 소방서를 나온 뒤 곧바로 노인종합복지관으로 향한다. 배식 봉사를 마친 뒤 샤워하기 위해 집에 잠깐 들렀다가 이번엔 서울역 노숙인 급식 시설로 이동해 배식 봉사를 한다.

내년엔 자치구별로 봉사자에게 주는 메달에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누적 5000시간을 달성한 봉사자에게 주어지는 ‘봉사왕’ 메달을 목표로 더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이다. 또한 시한부 환자나 노인이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호스피스 시설에서의 봉사도 그의 계획 중 하나다.

오 팀장은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변명이 ‘바빠서’라는 말”이라며 “일단 한 번 현장에 가서 봉사를 며칠만 해보라. 기분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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