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지난 1일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삼성, 공익법인 수용 못할 시 다른 검토 제안했어야
자체 보상위… 7년간 ‘불신의 벽’ 넘지 못하는 모습
제3 기구 통한 해결이 삼성 진정성 입증하는 방법

[천지일보=이솜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 피해자가족대책위와 반올림간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7차 조정 회의에서도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2년 채 되지 않아 대책을 내놓은 SK하이닉스와 달리 8년간 삼성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지난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불신’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삼성-반올림-가족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불신이다. 대기업의 부당한 행동을 경험한 피해자들, 이들을 대신한 사람들의 불신이 지난 7년간 깊어졌다.

삼성이 조정위의 권고안을 다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다른 검토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자체 보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생계’라는 요소로 가족들의 대리인들(반올림)과 가족을 분리시켰다. 이로 인해 불신이 더 심해졌다고 본다.

공익법인을 받아들이기 힘든 삼성의 사정도 있다. 그러나 그간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체 보상위원회 보다는 공익법인이 아닌 다른 검토를 해보자는 삼성의 태도가 필요했다. 조정위도 반올림도 공익법인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입장이 아닐 것이다. 결국 7년간의 불신을 넘어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조정위에 적극적이던 삼성의 태도가 조정안이 나온 이후 변했다. 

조정안 중 가장 핵심인 공익법인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산업보건검증위원회’가 화학물질 365종 중 영업비밀로 분류된 151개의 성분 물질까지 분석했다. 영업비밀을 이유로 생산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이름과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공익법인을 만들게 되면 숨겨온 것들을 공개해야 된다. 이것이 삼성의 태도가 변한 이유로 보인다. 예상외로 삼성의 두려움이 크다. 지금껏 기업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일부를 제3자에게 맡겨야하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7월 나온 조정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먼저는 권고안에 대해서 세 주체가 논의를 통해 합의하고 이를 통해 잘 이행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정안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봤다. 삼성은 공익법인을 설립하면 보상이 늦어진다고 하지만 가족들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공익법인을 설립하면 보상 기준 등이 객관적일 수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투명성, 예측 가능성이다. 이를 통해 불신은 줄어들 수 있었다.

또 이 안에서 보상뿐 아니라 재발대책을 만든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면 SK하이닉스의 사례처럼 회사도 개입하지만 기업의 배려 속에서 제3의 기구가 만들어지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제3의 기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삼성의 진정성을 나타낼 수 있고 신뢰도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직업병 보상·대책은 어떻게 봤는지.

SK하이닉스의 이번 대책은 자사에게도, 피해자에게도, 이곳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례며 인도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게 할 것이다.

먼저는 직업병과 사업장과의 인과관계 확인을 유보한다는 게 놀라웠다. 직업병은 잠복기 등 인과를 따지기 어렵다. 상관관계만 가지고 포괄적으로 배상하겠다는 것은 굉장한 상황이다.

또 객관적이고 정밀한 실태조사를 받겠다고 했던 약속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생각한다. 860종에 달하는 화학물질 제품을 조사했고 노출평가와 건강검진자료 분석, 암 발병 근로자에 대한 전수조사 및 분석 등은 회사의 협조 없이는 절대 진행할 수 없는 조사다.

교대제 여성근로자들과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유의미하다는 것을 밝혀낸 부분도 인상 깊었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태도를 비춰볼 때 검증위가 제시한 127개 과제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이행할 것으로 본다. 국회에서도 이행실태 등에 대해서는 검증위와 함께 점검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반도체 직업병 논란이 반도체 산업을 흠집 낸다는 시각도 있다.

인류 역사상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유지된 산업은 없다. 기업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게 기업의 목표다. 또한 이것이 사람 사는 사회의 상식이고 약속이다. 그런데 기업이 살고 사람은 죽는다? 이렇게 되면 의문을 던지는 ‘송곳’들이 생긴다. 선진국들이 다 겪어온 절차다.

논란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나도 삼성 반도체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같이 갈까 생각한다. 앞으론 더 많은 송곳들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고름이 생겨 환부를 도려내기 전에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순리를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삼성이 경영권 세습을 하는데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받아야 하지,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왜 들어야 하나. 정치도 기업도 국민을 위해서 결단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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