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스바겐그룹 경유(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 파장이 전 세계에 일고 있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내세운 ‘클린 디젤’이라는 광고부터 내렸다. 이번 사태로 디젤차 시대가 저무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점차 성능이 향상되고 친환경적인 전기자동차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上>디젤 차량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下>차세대 자동차로 꼽히는 전기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위기의 디젤차, 친환경차 시대 앞당기다]
<上>디젤 엔진의 탄생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증기기관은 크고 비효율적이다. 효율 높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내연기관이 필요하다.”

디젤 엔진을 처음 개발한 ‘루돌프 디젤’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했다가, 독일 뮌헨공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린데 냉동기 제조사에서 일을 하다가 증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엔진을 고민했다.

1892년 자신의 이름을 붙인 ‘디젤 엔진’을 처음 특허 출원했다. 초창기 디젤 엔진은 거대했으나 차츰 소형화를 거듭해 1930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승용차에 처음 도입했다. 1943년엔 지금의 디젤 엔진 방식인 커먼레일 시스템이 등장했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유사해보인다. 차이점은 가솔린 엔진은 휘발유와 공기를 섞은 혼합기에 점화플러그로 불을 붙이는 방식이고, 디젤 엔진은 실린더 안으로 들여보낸 공기를 순간적으로 압축해 600도 이상의 고온을 만들어 연료를 분사해 점화시키는 방식이다.

이 차이점으로 인해 디젤 엔진은 가솔린보다 공기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가솔린 엔진에 사용하는 휘발유는 경유에 비해 연소할 때 산소요구량이 적어 완전연소가 쉽다. 반면 디젤 엔진이 사용하는 경유는 산소요구량이 많고 완전연소가 어려워 일산화탄소 같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다만 가솔린 엔진도 연소 후 오존층 파괴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한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디젤이 오염물질 배출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한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소음과 떨림도 크다. 점화플러그로 불을 붙이는 가솔린 방식과 달리 디젤 엔진은 공기를 강하게 압축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대비 환경 오염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압축비가 높아 열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해서 선박이나 트럭, 버스와 같은 큰 덩치의 이동 수단에 디젤 엔진이 많이 쓰이게 됐다.

지금의 디젤 엔진은 과거와 달리 연료 분사량 조절의 발달로, 과부하 상태에서 연료를 많이 분사해 생기는 그을음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술의 발전은 효율 높고 배출가스를 저감한 디젤 엔진을 시장에 내놓게 됐고, 디젤 엔진 수요는 점차 증가했다.

◆디젤차의 성장과 환경 규제

디젤 엔진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디젤 차량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디젤 차량 점유율이 40% 가량을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디젤차가 68% 가까이 이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2014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비중은 가솔린차는 약 70% 디젤차는 20%로, 디젤차의 비중이 적지 않다. 특히 디젤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선 많게는 70%, 적게는 40% 이상이 디젤차다.

유럽의 경우는 주요국 정부가 디젤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을 통해 판매 증가를 꾀했다. 가솔린 차량보다 디젤 차량의 발전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다만 유럽연합(EU)은 환경 오염 규제를 강화해 디젤 차량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 보호 기술도 함께 성장하도록 했다. 이에 환경 규제 기준인 유로1을 1992년부터 처음 실시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4.5g/kWh(1시간당 4.5그램만 배출 허용), 질소산화물 배출량 8.0g/kWh로 제한하는 기준이다.

현재 유로6는 일산화탄소 1.5g/kWh, 질소산화물 0.4g/kWh(디젤은 0.08g/kWh)까지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부터 유로6 기준을 도입해 유예기간을 두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규제를 시작한다.

유럽 주요국의 디젤 엔진에 대한 정성은 독일 폭스바겐·아우디·BMW·벤츠를 비롯해 프랑스 PSA그룹(푸조·시트로엥), 르노그룹, 이탈리아 피아트 등이 효율성 높은 디젤차들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미국 내에서 ‘배출가서 저감장치 조작’ 사태가 일어나면서 디젤차의 친환경성·연비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연비 향상을 위해 주행 중 배출가스 저감장치 관련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면서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넘도록 했다는 게 드러났다.

이는 폭스바겐그룹의 베스트셀링카인 골프·티구안·아우디 등의 차량부터, 타사 디젤차까지 친환경성과 연비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디젤차 시대의 존폐를 결정짓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더 친환경적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이대로 친환경차에 바통을 넘겨주느냐의 문제에 직면한 셈이다.

폭스바겐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좋은 품질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각국의 친환경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16년까지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128g/㎞로 규정해 EU(130g/㎞)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키고 했고, EU도 이에 질세라 오는 2020년까지 유럽 내 모든 판매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로 낮추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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