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중국의 ‘연작처당’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집이 불타고 있는데도 그 위험을 모르고 지저귀고 있는 제비나 참새라는 말이다. 위험이 와도 위험을 모르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란 말로 한말에 황준헌이라는 중국의 외교관이 조선이 그렇다고 꼬집었다. 오늘 우리 정치인들과 논객들의 모습을 황준헌이 다시 본다면 역시 21세기 연작처당이라고 같은 말을 내뱉지 않을까.

북한의 핵위협은 날로 강화되고 있고, 수뇌부의 비합리성도 커지고 있으며, 일본의 전쟁수행 선언 등 주변국 정세도 패권과 세력정치로 돌입하고 있는데 우리만 정치놀음으로 정신이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한국이란 배가 앞으로 나가도록 열심히 노를 젓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허튼 일로 다툴수록 더욱 우리는 국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야 한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이상한 이야기에서 잠시 물러나 각자가 해야 할 생산적인 일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혹시 말로만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북한 핵에 대한 국민 모두의 지적 능력이 높아져야 역사가 달라지고, 우리 모두가 그를 위해 노력해야 우리의 후손들이 안전한 국가에서 살 수 있다. 얼마 후인 10월 10일, 우리는 말로만 요란한 북한의 핵 공갈을 다시 현실로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 북한은 지금껏 떠들어온 핵 선전을 팩트로 보여줘야 할 운명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무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됐다… 사용 여부는 美에 달렸다”’. 북한이 지난 19일 핵능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겨냥해 쏟아낸 말이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논설에서 “우리의 핵 억제력은 미국이 예측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으리만큼 질량적으로 장성·강화됐다”고 엄포성 주장을 늘어놓았다.

노동신문은 “따라서 일단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입게 될 핵 참화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이 몰아올 핵전쟁에 대처할 준비를 철저히 갖춰 놨다”고 위협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미국이 제2의 조선전쟁을 도발한다면 그 전쟁은 핵전쟁으로 될 것이며 미 본토에 둥지를 튼 침략의 아성과 태평양군 작전 전구 안의 모든 미제 침략군 기지들, 남조선 주둔 미군 기지들은 이미 우리의 첫째가는 타격목표로 돼 있다는 것을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그러면서 핵무기 사용 여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한·미 정부 간 틈 벌리기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만일 지금과 같이 남조선당국이 이번 북남고위급 긴급접촉 결과를 그 무슨 동맹이 가져다준 것으로 광고하고 통일외교니, 외교적 압박공조니 뭐니 하며 통일문제에 외세를 한사코 끌어들이려 한다면 돌아올 것은 보다 험악한 대결과 전쟁의 위험뿐”이라고 위협했다. 이쯤 되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이용한 협박의 본질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은 핵무기의 실제 사용보다는 아직도 거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거래의 핵심은 무엇인가? 우선 북한은 북-미 간 직접거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통한 한-중 사이 밀접한 관계 강화가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게 주는 압박감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김정은에게 미국의 무관심은 제일 무서운 고문일 것이다. “당신의 평양 무관심을 우리는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평양 핵 공갈의 핵심이다.

다음으로 또 한 가지 더 있다. 남북관계에서 그 어부지리를 얻어 보겠다는 것으로 김정은 정권의 재정결핍과 고갈의 정도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타들어가는 재정고갈의 논밭에 한 줄기 물을 대줄 쪽은 한국밖에 없다. 김정은은 핵 공갈의 협박을 미국의 심장부에 들이대면 서울이 놀라 뭔가 남북관계 개선에 유연성을 보여주지 않을까 작은 소망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북-미 간 핵게임의 요란함 뒤에는 북한 체제재생산의 갈급함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현재 미국의 오바마 정권은 평양의 투정을 들어줄 여유와 아량의 공백이 없다.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고, 오바마는 평양 정권의 안정성보다 퇴임 후 어디서 어떻게 퇴임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우며 살아갈 지 오로지 그 고민뿐일 것이다. 북한이여, 핵 공갈을 거둬들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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