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최부암

 
뜨락의 평상
탐스런 붉은 고추
빨갛게 여무는 시간

지붕 위에 걸터앉아
금방 굴러 떨어질 듯 덩그런 호박

노랗게 쪼그라드는
맷방석의 무말랭이

싸리 담쟁이 너머
아이들 밤 따는 소리

눈 부신 햇살 빛나는
감나무 이파리

빈 그릇만 핥고 있는
심심한 얼룩이

툇마루 밑에
신발 베고 잠든 냥이

울타리 너머 들깨 터는
도리깨 휘파람 소리

붉은 햇살
노을진 하늘가

가을이
누렇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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