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만큼 어느 해보다 뜨겁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번에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증인 출석 문제로 힘겨루기 하더니 또 막말에 고성까지 난무하고 있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태도도 예외가 아니다. 알맹이 없는 답변에 고성, 심지어 국회의원을 향해 손가락질까지 해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구태가 반복돼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국정감사 내부의 사정은 잠시 제쳐놓고 보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느닷없이 혁신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 안팎의 관심이 온통 그 쪽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여부까지 연계시키는 바람에 국정감사 중간에 주류와 비주류의 세력다툼이 노골화되는 양상까지 벌어졌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다. 양측 간에 남아있는 앙금과 적개심은 국정감사에 임하는 동료 의원들의 에너지까지 소진케 하고 있다.

정말 묻고 싶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가.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되자 문재인 대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승리했다는 것인가. 그것 때문에 국정감사가 피멍이 드는 현실엔 눈을 감겠다는 것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말로는 ‘정책국감’이니 ‘민생국감’이니 하지만 내년 공천권을 놓고 벌이는 내부의 권력투쟁, 그것도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런 정치투쟁을 국민들이 곱게 보겠는가. 게다가 조만간 재신임 투표까지 강행하겠다는 태세다. 그렇잖아도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국감마저 이런 식으로 망칠지 지켜볼 일이다.

새누리당도 예외가 아니다.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마약 사위’ 논란은 애초 언론에서 불거진 문제이니 논외로 하자. 중요한 것은 이 문제로 속이 타 들어갈 김 대표를 향해 윤상현 의원이 한 술 더 떴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김무성 대표에 대해 대선주자로서의 의미가 없다며 우리 쪽(친박)에도 다음 총선을 거쳐 4선이 되면 충청과 영남에도 대선주자가 있다고 했다. 간략하게 말하면 ‘김무성 불가론’에 다름 아니다.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다.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이런 말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필 국정감사 중에 또 집권당에서 그것도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 의원이 왜 이처럼 폭발력 높은 얘기를 했을까. 물론 내년 총선의 공천권 싸움으로 봐야 할 것이다. 모든 정치행위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국정감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런 정치적 언행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여야 모두에게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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