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카오스(chaos)’란 정의를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가지런한 우주 질서가 태동하기 전의 어지러운 태초의 혼란과 혼돈(混沌) 같은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얼핏 보아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이며 일정한 방향성이 없는 비선형적인 동적 현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카오스’다. 그렇지만 거기에도 어떤 결정론적인 법칙이 내재해있거나 배후에 있다고 보고 그것을 규명해보려는 것이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이다. 그것을 ‘혼돈의 동력학(chaotic dynamics)’이라 부르기도 한다. 목하 각 분야에서 ‘카오스 이론’의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종잡기 어려운 주식 가격의 변동, 태풍, 지진, 유체 및 기체의 난류(turbulent flow) 메커니즘을 연구하는데 ‘카오스 이론’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이해가 이보다 쉬워질지 어려워질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도 설명된다.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가 종래에는 큰 차이를 만들고 예전의 작은 오류가 나중에는 큰 오류가 되며 사소한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카오스 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쥘 앙리 푸앙카레(Jules Henri Poincaré; 1854~1912)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쓴 1908년의 저서 ‘과학과 방법(Science And Method)’에서 그렇게 말했다. 푸앙카레의 이 같은 초기적 개념에서 몇 발짝 더 나아가 ‘카오스 이론’의 확실한 이론적 토대가 마련된 것은 1961년이다. 그해 미국의 기상학자 E.N. Lorentz가 컴퓨터 기상모델을 만들면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발견해 발표한 것이 그 계기다.

그의 말을 빌리면 ‘나비 한 마리가 브라질에서 한 날갯짓의 여파는 미국 텍사스에서는 토네이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나비효과’다. 이처럼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변화는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전 지구로 번져 종국에는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날씨 예측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북한이 도무지 종잡기 어려운 체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이 지구상 어디에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들은 일정한 방향성이 없는 혼선을 주는 말하자면 비선형적인 ‘카오스’적인 동태(動態)로서 세상을 어지럽게 해왔다. 그럼에도 그런 북한의 움직임에 혹여 어떤 운명 결정론적인 나름의 ‘규칙성’이 내재해있는지를 알아낸다면 한층 더 안정적인 관리와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대한 관찰과 연구에 ‘카오스 이론’을 적용해봄직하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은 결코 나쁠 것 같지가 않다. 그것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나비의 조그만 날갯짓도 아닌 그야말로 핵폭발과 같은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곧 나설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댄다.

그렇지만 만약 그들이 그런 도발을 정말로 했을 때의 예상되는 결과는 그야말로 예상할 수 없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 후폭풍은 유엔과 한·미·중·러·일 등의 국제기구와 북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관련국을 비롯한 전 지구를 휩쓸고 돌면서 확대 증폭돼 종국에 부메랑으로 북에 도달할 때는 북 체제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초특급 토네이도로 변해 있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북의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관련국들의 의지의 강도가 지금은 절정으로 치닫는 때여서 북을 압박하는 상황이 종전과는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도발은 북이 ‘레드 라인(red line)’을 넘는 것이 되기가 쉽다. 북한 스스로가 아마 이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카오스 이론’은 기상학이나 천문학, 물리학이나 수학 등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와 국제 정세를 비롯한 다른 많은 분야로 광범하게 확대 적용될 수 있어 보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예컨대 유럽을 골머리 앓게 하는 난민 사태만 해도 그러하다.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IS(Islam State) 전사가 양민(良民)을 향해 쏜 한 발의 총성이나 지중해 연안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소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회 혼란이 유럽을 덮치는 난민 쓰나미(tsunami)을 일으켜 놓고야 마는 현상도 그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인터넷이나 SNS 등을 이용해 사건의 발생과 전파가 거의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다. 지구상 어디에서 아무리 사소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거의 즉시에 전 세계로 전파된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임팩트(impact)’의 요인이 실린 일이라면 종국에 그 임팩트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큰 여파로 커진다. 그것이 ‘카오스 이론’이다.

이쯤해서 우리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 ‘카오스 이론’을 빌려 꼭 해줄 말이 있다고 하면 대충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 갈 것이라 믿는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그것이 무슨 존재의 과시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국회는 엽기적 장기자랑 무대다. 그러므로 동시에 국회의원들은 엽기적 장기의 시연자라 할 수 있다. 국감장에 불려가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 못할 만큼의 장광설 끝에 ‘7초 답변’ ‘15초 답변’을 강요받기도 하고 까닭도 분명치 않은 호통이나 인격모독을 당하기가 예사다. 심지어 경찰청장은 신참 경관의 훈련소에서나 있을 법한 권총 격발 시연을 보여줘야 했다. 몬도가네 영화나 해외 미디어의 토픽 거리다. 그나마 국감장은 여야 간의 고함 소리와 격투기 일보 직전의 싸움으로 회의 진행이 제대로 안 된다. 바쁜 일을 제치고 나온 민·관 증인들은 그 꼴이 진정될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대의기관이면서도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하는 터무니없는 ‘갑’질이다.

이런 싸움판 국회, 터무니없는 ‘갑’질 의원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사소하게 볼지 모르나 ‘카오스 이론’에 비추어 보면 전국에 무차별로 즉시 전파되며 국민의 일상과 감정, 정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바로 ‘나비효과’다. 그렇기에 국회는 반드시 국민이 본받을 옳은 행위들의 근원이어야지 사회 만악(萬惡)의 근원인 것처럼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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