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23년전 이단으로 규정한 이명범씨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단을 규정한 장본인인 예장통합 이대위가 돌연 신학에 문제가 없다며 이단해지를 결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구춘서 이단상담소장과 상담원 전원이 사임서를 제출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정영택 총회장은 이대위에 공문을 보내 연구보고서 상정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대위는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절차에 문제가 없고, 문제가 없다면 이단 결의를 해지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총회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장 임준식 목사는 지난 8일 ‘이명범씨 이단해지 결의 및 총회 상정 재고요청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으로 정 총회장의 공문에 대한 답신을 보냈다. 임 목사는 “이명범씨에 대해 처음 이단결의를 한 것이 예장통합”이라며 “결의가 있은 지 23년이 지난 오늘 이명범씨에게 문제가 없다면 이단결의를 해지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 총회장이 공문을 보내기에 앞서 자신을 불러 자초지종을 알아본 후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대위는 제100회 총회에 보고할 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헌법과 총회 규칙, 회의 규칙 등에 위배된 결의를 한 사실이 없다”며 “특정인의 전언만 듣고 총회의 모든 절차와 규칙을 위반해가면서 적법하지 못한 공문을 하달한 것은 총회장의 직원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와 관련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합당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 총회장은 지난 7일 ‘이명범씨 이단 해지 결의 및 총회 상정 재고 요청’ 공문을 통해 이대위의 연구보고서에 대해 “절차 및 내용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문제를 삼았다. 정 총회장은 이대위가 이명범씨에 대해 이단 해지한다면 한국교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며 연구보고서 결의에 대해 재고를 요청했다.

이는 예장통합이 이명범씨에 대해 이단 규정을 한 후 입장을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는 이씨의 신학에 문제가 없다고 교단 원로 목사 세 사람이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자 기어이 사과문까지 받아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씨의 신학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이단을 해지하게 되면 그동안 행보를 뒤엎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격이다. 이에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 내에서도 예장통합 총회의 이단규정을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정 총회장은 “이명범씨를 이단이 아니라고 하면 이들(원로 세 사람)의 사과는 불필요하다”며 “이대위는 상호 모순되는 결의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이대위의 연구보고서는 그동안 한국교계에서 이단 문제에 대해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본 총회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본 교단과 한국교계 전체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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