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난 세모자 사건의 파장이 거세다.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장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어머니 이씨와 미성년 두 아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이씨는 남편과 시아버지가 십수년간 집단 혼음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을 따르는 교회 신도들까지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뒤 집단 혼음을 했고, 동영상을 찍어 돈벌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증언자로 나선 열세 살, 열일곱 살 아들의 존재였다.
 
이씨가 가해자라고 지목한 남편 허씨는 현재 피자배달을 하고 있지만, 과거 이단으로 낙인찍힌 목사였다. 이런 전력은 한국이단상담소협회장이자 강제개종사업가 진용식 목사가 세모자의 기자회견을 돕는 배경이 됐다. 또 현직 목사가 돕는 기자회견은 기독교 대변지 국민일보가 여과없이 세모자 사건을 보도하는 이유가 됐다.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세모자의 주장은 더 힘을 받아 퍼져나갔다.

그러나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을 통해 밝혀진 정황은 그간의 여론을 뒤집었다. 제작팀은 기자회견 이후 세모자 사건에 관심을 갖고 유튜브에 올라온 이씨 동영상을 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사실 확인에 나섰다고 한다.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세모자를 옹호하는 여론 속에서 세모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밝히는 것은 취재진에게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제작진이 만난 남편 허씨는 전처 이씨가 무당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 역시 또 다른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번 세모자 대국민 사기극의 발단은 거짓말을 유포한 세모자에게 있지만 사건의 파장을 키운 것은 분명 삼각확인이라는 보도의 기본 의무조차 다하지 않은 언론에 있다. 무책임한 보도는 언론보도를 사실이라고 믿는 국민을 기망했고, 해외에까지 거짓이 사실처럼 퍼지게 만들어 국가 이미지마저 실추시켰다.

편파 보도가 나라를 얼마나 큰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지 우리는 과거 광우병 사태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광우병 보도진들이 보도의 자유를 주장하고 법이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들이 일방적 주장으로 국민을 기망한 사실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이번 세모자 사건을 통해 언론은 여론을 넘어 사실을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가장 마땅하고 중요한 사명임을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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