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농약 사이다'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내홍을 겪으며 난리다. 국민의 걱정을 타개해야 하는데 최근 일련의 사태로 말미암아 안전에 대한 민감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 마 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가해지는 이와 같은 위해행위는 자포자기 또는 패배의식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반(反)사회적 행태·엽기적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공포·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독극물 음식·음료수 사건의 특징을 보면 미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리적·정신적 충격에다가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적으로 독극물 사건은 크나큰 사회·국가적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2004년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 2013년 `보은 콩나물밥 독극물 사건', 2014년 한 경로당에서 소주에 농약을 탄 사건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독극물 파동이 지속적으로 발생되어 왔다. 이러한 독극물 파동은 공동체 질서를 교란시키고 흉흉한 민심을 가져올 수 있기에 심각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건의 발생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의 이면에 드러난 배금주의의 만연에다가 인간성·민심의 상실이다.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방심, 무책임, 불통·미흡한 소통 또한 그 원인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보자. 사람마다 성향이 같을 수는 없다. 다툼·비난·비판·위화감 등 부정적인 영향에 의해 성격이나 태도가 삐뚤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반성·각성 및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자아 정립, 발전의 계기로 삼는 사람도 있다. 그 결과로 친사회성을 가진 사람과 반사회성을 가진 사람으로 양분되어 진다.

반사회성을 가진 사람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일탈 행위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우선 사회 전반에 걸쳐 비정상적·부도덕한 행위와는 타협하지 않는 풍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법적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한 강도 높은 법, 제도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 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의 성향을 파악한 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특정인에 대한 소외감을 불식시키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일!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을 반영하여 인륜을 실천하려는 노력은 이성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혁신 동력이 될 것이다. 상대방과의 불통 현상, 상대방이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낄 때 적(敵)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허물을 덮어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상시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허술한 관리·감독,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 독극물에 대한 안전교육, 철저한 통제·관리가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제도 적용은 구조적 적폐를 해소하고 사회를 혼란시킬 수 있는 비정상(非正常)적 요소를 뿌리 뽑는데 기여할 것이다. 더불어 행동 교정과 감정 조절의 원인을 규명하고 정서적, 조화로운 구성원으로 만드는데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보장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민생안정과 선진강국으로 나아가는 근간이지 않겠는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