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가히 태풍과도 같았다. 국민 마음에 와 닿는 피해 우려와 공포는 일회성 태풍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5월 20일부터 70일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메르스 대책에 관리·책임이 있는 관계 당국이나 또 매일 그 소식들을 들으면서 국민들이 겪은 불편은 상당했다. 이제나저제나 메르스가 종식될까 기다려왔는바, 28일 정부가 메르스 사태 사실상 종결과 후속대책을 발표해 다행이다.

국내에서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고 불과 2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인원이 감염됐고, 끝내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점은 초기 대응 등 정부대책이 소홀했음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또 국민 불안이 컸던 만큼 이제 정부 스스로가 사실상 메르스 사태 종식을 선언했으니 정부 후속대책대로 제도·운영의 개선, 관계 의료시설 확충 등 모든 조치와 함께 추경편성에 따른 집행에서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간과(看過)하지 말아야 할 점은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지였다. 2012년 4월부터 중동지역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호흡기 감염 증세가 발병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그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첫 번째 국제적 경고를 발령했음에도 보건당국은 예방 노력을 등한시하였고, 결국 올해 일이 터지고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서 국민을 긴장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으니 정부 책임이 매우 크다.

황교안 총리는 “이번 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많은 불편과 불안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총리로서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그보다는 철저한 정부 후속대책 이행이 관건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국민생활 불편에다가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고, 한국은행 예상치로 연간성장률이 0.2%p 하락하는 등 국가·사회에 엄청난 희생과 피해를 끼쳤다. 결국 WHO의 예방권고를 무시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무지 탓으로 가래로 막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부 종합대책에 언제 다시 구멍이 뚫릴지 국민은 당최 안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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