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와 다른 銀자산구조 관심
증시는 외인 매도세로 흔들려
“여파 예측 어려워, 필요시 조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3.03.14.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3.03.14.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은 현재까진 제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및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인 SVB의 파산 원인이 수신(예·적금)에 비해 작은 여신(대출) 규모와 막대한 유가증권 보유 등이 지적되면서 국내 은행의 자산 구조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신과 유가증권 보유 비중이 높은 SVB와 달리 주요 시중은행들은 수신 대비 여신 비율(여수신 비율)이 높고, 전체 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미만이라 작년 이후 지속되는 금리 인상기에도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SVB는 고객들이 예금한 자금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는데, 그간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으며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이는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면서 결국 버티지 못한 것이다.

작년 말 기준 SVB의 총수신은 1747억 달러인데 여신은 743억 달러로 여수신 비율이 42.5%에 불과했다. 반면 보유 채권 규모는 1174억 달러로 총자산의 55% 수준에 달했다. 이는 국내은행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은행의 총여신(은행 계정)을 총수신으로 나눈 여수신 비율은 모두 90% 이상이었다.

통상 은행은 가계나 기업들로부터 유치한 예금을 대출 등으로 굴려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SVB는 이 비율이 매우 낮았고, 주식과 채권 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유가증권 투자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취약했던 것이다.

국내에선 시중은행뿐 아니라 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저축은행과 카드회사, 캐피탈 등이 여신 위주의 자금을 운용하고 최근 자금 조달 여건이 호전되면서 유동성이 안정적인 상황이라 SVB 사태의 직접적인 여파는 제한적이다.

다만 14일 증시에서는 크게 흔들렸다. 전날만 해도 소폭 상승장으로 마감하며 제법 견고한 모습을 보였던 주식시장이 이날 외국인의 대량 매도세로 코스피(-2.56%)와 코스닥(-3.91%) 모두 낙폭을 키웠다. SVB의 여파와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점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SVB 사태의 영향을 점검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SVB 사태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논의하며 재차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현시점에서 SVB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추 부총리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 긴축이 지속되면서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이 불거져 나온 경우”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면서도 “필요시에는 관계기관 공조 하에 신속히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향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으나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진 걸로 평가된다”고 부연했다.

또 “국내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4대 공적연금, 한국투자공사(KIC),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기관 등의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걸로 파악돼 현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점검 체계를 24시간 가동해 국내외 시장 상황과 금융시스템 취약 요인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신속히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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