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독과점’ 지적에 직권조사
은행연 “담합 의혹 사실 아냐”
공정위 ‘압박 조사’ 역풍 가능성

은행권. (출처: 뉴시스)
은행권.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시중은행의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한 현장 조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확보한 자료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추가 현장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은행에 제시한 조사 공문에서 “은행 수수료와 대출 금리 등에 관한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자료에 대한 1차 검토를 마친 뒤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참고인에 대한 진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은행 등에 대한 추가 현장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신고 없이 이뤄진 직권조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의 고통이 크다”고 밝힌 이후 이뤄진 만큼 은행 간 담합 여부를 관건으로 두고 있다.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기준. (제공: 은행연합회) ⓒ천지일보 2023.03.12.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기준. (제공: 은행연합회) ⓒ천지일보 2023.03.12.

은행권은 “공정위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금리 담합은 있을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은행연합회는 이에 지난달 27일 참고 자료를 통해 “은행의 대출 금리는 시장 상황과 개별 은행의 경영 전략 등에 따라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며 “은행의 금리산정 구조가 담합 형태를 띠거나 5대 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운영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은행연합회는 “가산금리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 규준을 마련하고 개선해왔다”며 “이 규준은 금융당국의 대출 금리 체계에 대한 감독 강화방안에 따라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은행권의 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2012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공정위는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에 대해 약 4년간 조사·심의했으나 담합 증거를 찾지 못했다.

공정위가 11년 만에 이뤄진 조사에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무리하게 조사에 나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면밀한 조사로 담합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연합뉴스)

공정위가 은행들이 대출 금리나 수수료를 담합했다는 사실을 적발할 경우 대규모 소송이 뒤따르는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 “국민·신한은행 등 17개 금융기관이 지로 수수료(요금 수납 대행 수수료) 인상을 담합했다”며 총 44억 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공정위는 은행들이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역시 은행의 손을 들어주며 과징금 취소가 확정됐다.

한편 공정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대해서도 요금제·단말기 장려금 등을 담합하거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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