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민속박물관 ‘마음을 전하는 시간-2014년도 기증자료전’ 전시 중의 하나로 ‘할머니의 마지막 옷’ 공간 모습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기증자료 공개
2014년 순수 개인기증자 늘어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사전에서 ‘기증’은 남에게 물품을 거저 준다는 의미지만, 아끼던 내 것을 선뜻 내어 준다고 순화한 표현이 더 어울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상설전시관 3관 기증실에서 ‘마음을 전하는 시간-2014년도 기증 자료전’을 내년 5월 23일까지 연다. 지난해 박물관에 기증된 자료를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4년 한 해 동안 63명의 기증자로부터 220여점의 자료를 기증받았다. 박물관 입장에서 2014년은 전해보다 단체가 아닌 순수 개인기증자들의 기증이 두드러진 해였다.

이번 전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자료들이 전시된 ‘옛날 옛적 이야기’,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함께 나누는 ‘할머니의 마지막 옷’ ‘가족, 사랑과 그리움’, 열정으로 수집한 자료들을 모은 ‘내 인생의 하루’로 구성됐다.

박물관은 “기증 자료들 속에는 조상들이 살아온 역사와 가족의 추억 그리고 개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시 자료 중에는 재일교포 이창실 선생(1937년~)이 기증한 ‘한국우편절수첩(韓國郵便切手帖)’이 포함돼 있다. 1905년 7월 1일 한일통신업무 합병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서 제작해 발행한 기념우표집이다.

이창실 선생은 20여년 전, 몇 달을 저축한 돈으로 이 우표첩을 구입해 집에 가는 길에 아내에게 줄 브로치를 사서 선물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기증자의 이러한 말을 통해 한국우편절수첩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선생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기증자 명패에는 자신의 국적을 일본이 아닌 부모님의 고향 ‘제주도 모슬포’라고 적어달라고 부탁할 만큼 고국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가지고 있으며, 그 마음으로 가장 아끼는 수집품을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권천수 할머니(1912~2014년)의 수의는 할머니가 직접 만든 것이다. 할머니는 결혼 후 전라남도 득량도에서 살았는데, 50대에 아들과 함께 직접 누에를 길러 실을 잣고 옷감을 짜서 자신의 수의 일습을 만들어 미리 죽음을 대비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후손들은 할머니의 정성이 땅속에 묻혀 사라지는 것을 아쉽게 여겨 이 수의를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외에도 열녀 박씨 할머니 이야기가 담긴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고문서, 할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아버지가 써보곤 했던 할아버지의 안경, 돌아가신 어머니가 늘 사용하던 경대와 손거울, 빛바랜 혼례사진과 함께 전해진 어머니의 혼수함, 젊은 시절 열정으로 모은 진공관라디오 등 다양한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자료들이 전시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기증자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관람객들에게는 기증자들의 추억과 기억을 전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박물관에 기증된 개인 자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모두의 역사로 소중히 보관될 수 있다. 기증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증된 자료 소개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이창실 기증 ‘한국우편절수첩’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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