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는 신도들에게 메르스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출처: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종교계 “의료진·공무원 격려… 모든 힘 보탤 것”
신도 모이는 날 소독·유의사항 공지 예방에 혼신
주요 집회나 행사 줄줄이 취소·연기로 확산 차단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정부와 국민이 단합된 의지로 메르스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난 12일 대한불교조계종은 메르스 확진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을 격려하고 불교계도 한마음으로 메르스로 인한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계종은 대변인(기획실장 일감스님) 명의로 발표한 메시지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로 인한 아픔과 불안을 떨쳐내고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면서 “메르스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환자분들과 가족 역시 치료를 잘 받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노고에 격려하고 고마움을 표했으며,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국민과 정부는 힘을 모아 노력하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전국의 사찰과 불자들은 사회를 껴안겠다는 마음으로 수행에 진력하겠다”며 “여기서 오는 맑은 기운으로 현재에 처한 사회적 아픔을 함께 치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전국 교구본사와 주요 사찰에 ▲의료진 및 의료기관, 담당 공무원 격려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 대한 위로 ▲격려와 위로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 설치 등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교회연합도 성명을 통해 “교인들은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메르스 환자들이 조속히 완치돼 가정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한국교계에 요청했다.

▲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메르스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합동미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종단별 메르스 확산방지 지침 마련 “적극 협력”

메르스 여파로 종교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종교계는 주요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한편 신자들의 메르스 예방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천주교는 교구별로 감염 확산 방지와 교우들의 안전을 위해 잇따라 사목지침을 내놓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은 출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예배당에 들어갈 때 신자들이 손가락에 적시는 성수를 당분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수원교구는 ‘메르스에 따른 긴급 임시 사목적 조치’에 따라 메르스가 의심되거나 확진받은 신자는 미사 참석 대신 본인이 원하는 기도로 주일 의무를 대신하도록 했다. 당분간 고해성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 의정부교구도 고열이나 기침, 소화불량 등 메르스 감염이 의심될 경우 주일미사 의무를 관면(허물을 용서함)하기로 했다.

대형사찰인 조계사는 메르스로 인해 주말 유년부 법회를 취소했다. 또한 일요법회가 열리는 대웅전 곳곳에 손 세정제 등을 비치하고 신자들에게 메르스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조계사 측은 “경내를 찾은 신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어린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아동 관련 법회는 메르스가 물러가기 전까지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불자들이 합장을 하고 있다. 조계종은 전국 사찰에 메르스 예방 차원에서 신도들의 위생에 신경써줄 것을 지시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주일·삼일 등 예배가 열리는 날 교회 입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교회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아동들에게 일회용 손 세정제를 직접 나눠주는 등 예방 조치에 나서고 있다. 또 하계수련회, 기도원에서 열기로 한 예배와 집회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정부와 온 나라가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인 만큼 교회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일반적인 예방책과 함께 수요말씀강해와 금요성령대망회 예배 시 진행되던 교역자들의 일반성도 안수를 잠시 중지했다”고 밝혔다. 신자들이 안수를 요청할 경우에는 허용하기로 했다.

강남의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는 홈페이지에 메르스 관련 공지를 올렸다. 사랑의교회는 “각 예배실은 물론 주요 공간마다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의무실을 확대 운영해 발열 측정 등 최선의 대비를 하고 있다”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기 위해 신자들은 손을 자주 씻어주길 바란다”고 ‘메르스 유의사항’을 공지했다. 또한 초등부의 체육대회와 야유회 등은 한동안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교계에서는 일요일 예배를 위해 교회를 찾는 대신 실시간 인터넷 예배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메르스 여파로 미사나 예배, 법회 등에 참석한 신자들이 평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전북 김제에서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89번 환자(59)는 작은 교회에서 시무하는 목사로 확인됐다. 89번 환자는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장모를 병문안하면서 14번 환자와 접촉했다. 이 목사는 증상이 나타난 지난 3일 전까지 지역사회에서 활동했으며, 신도 10여명이 참석한 예배를 집전하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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