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SNS 계정 “미안합니다” 사과… 정부 안일한 대처 풍자
낙타 사육 관광업체 영업 당분간 중단, 공연계도 취소 잇달아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며칠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동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낙타’다. 이 낙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순식간에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는데 다름 아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정부가 메르스 초동 대처에 실패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메르스 예방법이라고 내놓은 게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이에 국민들의 비난 여론은 더욱 들끓었고 급기야 ‘낙타 패러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장님 저 낙타가 아파서 출근 못하겠습니다” “출근할 때 당분간 낙타는 타지 말아야겠다” “요즘 길이 너무 막혀서 낙타1종 따려고 했는데…”에서 시작한 정부를 향한 조롱 섞인 비판은 영화 포스터 등의 패러디로 이어지면서 그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심지어 ‘낙타’라는 이름으로 SNS 계정이 여러 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낙타’는 SNS 첫 페이지에 “미안 다 나 때문이야”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동물원이나 가야 볼 수 있는 낙타이건만 접촉도 피하고, 낙타고기도 섭취하지 말라고 하니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러한 예방법 안내와 함께 국내에 있는 낙타들도 전에 없던 수모를 당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은 지난 2일 쌍봉‧단봉 낙타 두 마리를 동물원 내 낙타 방사장에 격리하고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으며, 제주 지역에서 낙타를 사육하고 있는 관광업체는 사육 낙타 24마리에 대한 메르스 감염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낙타 관련 영업을 당분간 중단키로 했다.

또한 제주도를 비롯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연이어 여행일정을 취소하면서 관광업계도 크게 위축됐다.

이뿐 아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공연계까지 번져 콘서트, 뮤지컬 등의 공연이 취소되거나 대거 연기되는 실정이다. 실례로 경기 수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수 이은미와 바이브의 콘서트가 메르스 확산으로 연기됐다. 평소에도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소 문화단체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은 메르스 사태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이던 ‘배비장전’의 경우 오는 8일, 10일, 12일로 예정된 3회차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500명의 중고생을 포함해 총 800명이 단체로 관람하려던 공연은 학교 측의 단체 관람 취소로 공연 자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정동극장 측에 따르면 ‘배비장전’ 관객의 상당수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메르스 발생 이후 여행사를 통해 단체 관람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 외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야외 문화축제 및 종교 행사의 경우도 행사 일정이 연기되거나 대거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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