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의 아이돌’, 5번의 개인전 모두 완판해 ‘완판녀’ 등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동양화가 김현정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올해로 28살, 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벌써 개인전 5회 개최, 모든 전시마다 완판해 ‘완판녀’ 타이틀을 갖고 동양화가 김현정 작가. 그의 존재가 벌써 궁금해진다.

김현정 작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5회 및 국내외 단체전 약 40회 등에 출품했으며, 서울대학교 총동창회장상을 수상했다.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 기법은 ‘당돌하다’라는 평가와 정통 동양화의 이론과 기법에 기초해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 한국 화단의 유망주다.

연륜과 경력을 중시하는 미술계에서 ‘한국화의 아이돌’로 불려 한국화의 POP을 새롭게 SNS로 가져 오면서 대중적으로 전파하는 미술사적 공헌을 인정받고 있다. 2013년 3월 개인전을 필두로 이후 개인전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동아일보 ‘10년 뒤 한국을 빛낸 100인’ ‘페리에 150주년 미래작가, 물 만난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또한 JTBC 다름다운 사람들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내숭올림픽’이라는 개인전을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면서 매스컴과 미술애호가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은 작가다. 개최 전시 그림이 전부 완판 되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SNS를 통해서도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술부문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로 선정돼 트로피와 상장을 수여했다.

김현정 작가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2014년 6월에 개최한 개인전 <내숭올림픽>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2차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 입장한 관객 수는 총 3733명으로 가나인사아트센터 오픈 후 최다 방문객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떠 10일간 전시기간 동안 총 2만 4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가나인사아트센터 최다 관객 수를 갱신한다.

김현정 작가는 내숭이라는 주제로 한복을 입은 여성을 그려 화재가 되고 있는 20대 젊은 동양화가다.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화의 아이돌’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그에 대해 알아보자.

Q .작품 활동의 출발점이 ‘내숭’인데.

스무 살을 갓 넘긴 여대생이었던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 깊이가 깊든 얕든 마음에 상처를 입을 때가 많았다. 특히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은 나의 한 단면만을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거나,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이는 비단 나만의 고민이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예민했고 그 무게를 버거웠다. 흔들리지 않고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인가 혹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가 하는 자문의 시간에 잠기곤 했지만, 자아를 명명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오히려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 그리고 기대 앞에 한 발 두 발 스스로를 양보해온 나는 어느덧 이방인처럼 혼란스러운 마음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 무렵 혼란의 원인을 제공해준, 시선과 평가에 대해 상당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물이 고상한 한복을 입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작업 ‘내숭이야기’는 상처를 준 사람들을 희화화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 김현정 작가의 작품. 한복을 입고, 복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 작품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Q. 작품에서 여자들의 양면성에 관한 재치 있는 시선이 돋보인다. 이 ‘내숭’에 대해 작가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숭의 사전적 의미는 ‘겉으로는 순해 보이나 속으로는 엉큼함’이다. 그런데 위 질문에서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듯, ‘내숭’하면 ‘여자’가 따라 붙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연상작용이다. 하지만 나의 작업에 사용되는 ‘내숭’은 그 정의에서부터 성별에 관해 중립적이다. 내숭이 우리 사회에서 여자에게 더 어울리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숭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보편적 욕구에 따라,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감추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데서 나타나는 흔한 ‘불일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거의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도 한다. 결국 사회의 통념에 따라 개인이 자아의 정체성을 양보하는 현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숭이야기’를 구상할 때에는 내숭을 떠는 사람들에 대한 희화화의 욕구로 시작했지만,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지금은 ‘내숭’이 심리학적, 철학적 분석대상이 돼 버렸다.

결론적으로 현재 ‘내숭이야기’에 사용되는 ‘내숭’은 넓은 의미의 내숭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통념적 평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속마음과 다른 겉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모든 태도를 뜻한다.

Q. 인물의 의상으로 한복을 채택한 이유는.

작업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모티프 중 하나는, 우리가 무의식 중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통념(通念)에 충격을 가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에 기초해 평가, 또는 판단하는 방법이나 기준들은 안정성을 선사하지만 때로는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매몰시키기도 한다. 물론 통념적 시선과 평가는 때로는 오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정한 비판적 시각은 필요하다.

작품에서 인물은 한국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시대성을 상징하는 소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묘한 대비를 불러일으킨다. 이같이 그 이미지가 시대적으로 중첩되지 않는 상징을 대조적으로 조화시키는 것은 ‘이런 때는 이런 것을 해야 한다’거나 ‘이런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통념에 대한 충격을 의도한다. 예컨대 한복을 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나 책상에 발을 올린 채로 테블릿을 조작하는 모습은 통념적인 예법이나 통념적인 기대에 걸맞은 이미지는 아닌 것이다. 인물이 한복을 입고 있는 것은 내숭과 관련해 은폐성이나 복잡성을 상징하며, 작품의 심미성을 더한다는 기능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한복을 입고 있는 인물의 동세와 작품 속에 시대성을 담고 있는 소품들과의 대비가 주는 의외성이다. 화면에 전통의상과 현대의 일상을 공존시키고 겉과 속이 다른 여인의 내숭이라는, 일종의 비상식 내지 아이러니를 형상화함으로써 파격을 제시한다.

나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통념에 대한 충격이라는 것은 보기에 거북할 정도로 날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작품 중 <아차 我差/ Ops>는 제목을 한자로 ‘나 아(我)’자에 ‘모자랄 자(差)자’를 사용했는데, 이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뜻한다. 명품 가방위로 커피가 쏟아지는 순간도 ‘아차’ 싶은 순간이며, 1000원 가량의 라면을 먹으면서 그의 몇 배의 가격이 되는 커피를 마시는 순간도 ‘아차’ 싶기에 그렇게 명명했다.

하지만 나의 작품 활동은 궁극적으로 고백적 작업을 통해 통념적 시선과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지향하는 것인 만큼, 내가 의도하는 의외성으로의 지향은 무딘 것은 아니다.

▲ 한복을 입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하는 작업 ‘내숭이야기’를 직접 연출하고 있는 김현정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Q. 자화상으로의 전환 이유는.

작품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인물로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 것은 나에게 영향을 많이 주신 두 은사님이 인물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인물화에서는 인물의 구도와 동세가 중요하므로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인물사진을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더 많은 관찰을 위해 스스로 작품의 모델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초기에 작업을 할 때에는 화면 속 인물에 다른 사람의 인격을 덧씌우고 있었으므로 그림 속 여인은 나의 탈을 쓴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작업실에서 몽롱한 정신으로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화폭에 담긴, 외모와 그 속마음까지도 같은 한 여인이 나를 보고 있었다. 이는 사소한 경험이지만 그것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작업 속의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인은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화면 속의 여인이 생김새뿐만 아니라 그 본질까지도 나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렇게 타자화 된 ‘나’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본 모습을 찾고 싶지만 어디로 향할 줄을 모르던 나의 시선은 내면으로 집중돼 새로운 몰입의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비록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확고하게 판명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 속박돼 있는 현재의 상태만큼은 솔직하고 당당하게 털어 놓다 보면 시선 앞에 조금씩 당당해지지 않을까.

결국 자기 고백적 작업을 통해 본 모습을 모색해 가고 있다. 그림의 소재들은 대부분 나의 일상적 행동이나 습관이 반영돼 있는데, 그림을 통해 나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미술적 작업인 동시에 삶에 대한 성찰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이기도 하다.

Q.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아마도 위대한 작가로 기억되는 작가들은 보통사람들이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던 것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줬던 사람들이 위대한 작가로 기억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고 보면 내가 작가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시의 적절하게 보통 사람들의 답답한 부분을 뚫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명확해진다. 그런 면에서 나의 세계에 침잠하고 내 생각에 경도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에 예민하게 관심을 가지고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작가가 되려고 노력한다. 요즘 영화, 예능, 예술, 강연, 출판계의 화두인 소통이나 공감도 아마도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 아닐까 싶다.

또한 위트 있는 작업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작가를 꿈꾼다. 나 역시 작업을 하면서 상처로부터 시작됐던 우울증이 치유되고 있다. 단 한 명이라도 나의 작업을 보면서 웃음을 지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한편 김현정 작가는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의회에서 내숭올림픽 전시전을 열고 있다.

▲ 작업 중인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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