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번에 약 100년 전 일제가 강점하고 있던 시기에 두 차례에 걸쳐 조선을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와 관련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선교를 목적으로 방문한 그는 선교보다 조선(인)의 놀라운 문화와 풍물 그리고 정신에 도취되어 일제로부터 약탈당하고 소멸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당시 조선의 문화와 풍습 그리고 아름다운 강산까지 영사기에 담아 훗날을 기약할 결심을 한,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외국인이었음을 소개한 바 있다. 그의 조선을 사랑한 마음이 국보 217호인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의 완성작이기도 한 ‘금강전도’를 찾아 보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은 이제 너무나 유명한 일화가 되어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이 ‘금강전도’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그 금강전도는 조선의 것이라기보다 세계인의 것이요 세계적 문화적 유산임을 일깨운 베버 신부의 정신을 이해해야 하고, 또 그 정신을 이어받은 독일 국민의 현명한 의식에 우리는 감명을 받게 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돌려준 독일 국민에게 이 기회를 들어 진심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다.
이번에는 이와는 달리 우리의 문화재가 건너가게 된 배경과 반환과정에서 너무나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한 예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140년 전 프랑스에 의해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에 관한 내용이다.

먼저 ‘외규장각’이라 함은 1782년 정조가 왕실관련 자료를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오늘날로 말하면 도서관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외규장각 도서 약탈’이라 함은 또 무엇인가. 1866년(고종 3년) 대원군이 당시 조선에 와 있던 프랑스 신부 12명 중 9명을 학살하고 천주교인 8000명을 처형하자 프랑스 정부가 보복차원에서 군함을 이끌고 강화도는 물론 지금의 양화진까지 침범한 최초의 서양과의 전투인 ‘병인양요’가 발생한다. 이 전투에서 조선이 승리는 했으나 약 한 달간의 강화도 점령 시 바로 이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당하게 된 것이다.

그 약탈당한 도서는 또 어떤 것들인가. 현재 남아 있는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직지심체요절’이 있고, 조선국왕의 의궤에 관한 도서, 조선 역대 임금의 글을 모은 ‘열성이제’와 조선왕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 등이다. 특히 ‘직지심체요절’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중요한 세계적 문화재가 제자리를 잃고 이유 없는 곳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연대라는 시민단체가 나서 반환을 위해 애써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140년 만에 반환될 희망의 메시지까지 안겨주고 있으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도서가 요즘 새롭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프랑스가 약탈 문서를 프랑스 정부 재산으로 편입시켰으나 우리 측 문화연대가 이 조치는 잘못되었다는 소송을 제기 함으로써 비롯된다. 물론 문화연대가 지난 4일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에서 진행된 심리에서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 것임을 공식 인정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합법적으로 프랑스 소유가 되었기 때문에 반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몇 가지 꼭 짚어 볼 것이 있다.

먼저는 프랑스 정부는 본인들이 시인했듯이 약탈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약탈한 규장각 도서를 통해 깜깜했던 동양의 사정을 연구함으로써 동양은 물론 세계를 선점해 가는 데 일정부분 유용하게 사용했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그만두고 이제라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면서 앞서 짚어본 독일의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사상과 그 사상을 본받은 독일 후학들의 세계적 가치관 내지는 합리적이며 도의적인 가치관에 곁눈질해 보자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이처럼 중대한 문화유산을 도로 찾기 위해 정부의 노력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향후 판결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까지 시민단체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는가 하면 정부의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의 무지가 시대마다 외세의 침탈을 불러 왔고, 선조들이 남겨준 고귀한 문화와 정신을 병들게 해왔음을 시인해야 한다. 아직도 일본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 나가 있는 우리만이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문화재를 되찾는 데 지금부터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왜곡된 한민족의 정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며 또 세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증거와 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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