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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지연 기자] 2012년 10일 8일은 A씨가 구속된 날이다. 이로부터 일주일 후 LG전자는 대표이사 부회장 구본준 이름으로 합의서를 제출했다. 자사가 입은 손해와 관련해 A씨가 형사처벌 받기를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A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2014년 4월경 창원지검 마산지청의 지휘로 마산동부경찰서가 재수사를 시작했다. 강씨는 그때까지 2억 5000만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탄원을 계속해 왔으나 수차례 기각되기만 했다.

◆드러나는 진실

마산동부경찰서가 재수사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 8월에 A씨가 범죄 사실에 대해 모든 것을 실토했다.

사실을 밝히기로 마음먹은 A씨는 같은 달(8월) LG 측을 만나 녹음 내용을 확보했다. 마침 LG전자 권 차장은 폴란드에 파견됐다가 한국에 돌아와 있었다. 녹음 내용을 보면 LG전자 관계자들은 문제가 된 5000만원에 대해서도 A씨가 감당할 것을 바라면서, 다만 구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로부터 합의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해보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2억 5000만원을 받은 A씨는 그 돈을 쓰지 않았다. 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찾아간 사람은 A씨가 아니라 협력사 T사 김모 사장이었고, 그는 돈을 찾아서 ‘강씨 죽이기’를 위한 각종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 사건을 보는 사람들은 LG가 권 차장의 개인적 비위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하지만 녹취록에서 권 차장의 상사인 임모 부장이 등장하는 점, 본사의 법무팀과 변호사들이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한다고 언급된 점, 감사실장이 5000만원 지급에 개입된 점 등을 볼 때 개인적인 비위로 보기 힘들다.

또 2억 5000만원이 LG전자의 법인 계좌 아닌 개인 계좌로부터 왔다는 점 또한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이 사건을 조사한 마산동부경찰서 경제1, 2팀은 LG 윗선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1팀 관계자는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며, (LG 윗선에 대해) 혐의점이 잡히는 대로 확대수사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 권씨(현 부장급)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꼬리 자를 수 있을까

2014년 8월 이뤄진 대화의 녹취록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보면, LG전자 권 차장의 상사인 임모 부장이 A씨에게 “한 명이라도 더 알게 되면 우리가 덮으려고 하는 것들이 자꾸 벗겨지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LG가 함께 했지) 권 차장 혼자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A씨가 말하고, 임모 부장은 “알고 있다”고 답한다.

이에 대해 A씨는 “그런데 총대는 권 차장이 혼자 매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임 부장은 “그것보다도 플러스알파(회사 차원의 연관성을 뜻함)가 튀어나왔다”며 “회사 법인이 책임회피를 위해서는 개인한테 씌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어 “그 수단이 공금횡령, 유용 등이 되는데… 그러면 애(권 차장)만 죽는 거다”고 읊조린다.

A씨는 2014년 8월 자신이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한 이유에 대해 “고등학교 친구이기도 한 강씨가 이 일로 너무나 오래 고생한 것을 알고 있었고 LG로부터 느낀 배신감, 양심의 가책, 앞으로 새로운 거짓말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어 나를 짓눌렀다”고 말한다.

실제로 LG가 꾸민대로 사건이 흘러가는 동안 A씨는 오른쪽 팔에 마비 증상을 겪었고, 강씨 역시 극도의 스트레스에 하반신 마비 증상으로 수술을 받는 고생을 해야 했다. 강씨는 현재까지 재활이 완전히 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한편 이번 마산동부경찰서의 조사 결과에 대해 LG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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