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방송된 CBS 기독교방송 프로그램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청춘편’에서 강제개종교육을 받는 신천지 성도 주변에 개종을 요구하는 이가 상담사와 부모를 포함 4명이 있다. 이들은 신천지 성도가 개종을 거부해도 외부와 접촉을 차단시킨 채 교육을 강행했다. (사진출처: CBS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영상 캡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CBS 기독교방송이 특집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시청한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굉장히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강한 사람은 (생각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는) 암시효과 가지고는 부족하니까 보다 강압적으로 완력이나 힘을 이용해 공포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후 여러 정보들을 주면서 생각의 변화를 시도하는데, 이것이 바로 극단적인 세뇌”라고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이 방송한 한국교회 이단상담소에서 자행되는 강제개종교육이 극단적인 세뇌교육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제로 특정 장소에 데려가 이단 상담을 받게 하고, 장시간 동안 원하지 않는 교육을 강압적으로 받게 하는 것 자체가 극단적인 세뇌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CBS 기독교방송이 특집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에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만희) 성도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신천지 성도를 ‘이단’으로 낙인 찍어 ‘개종’의 대상으로 삼았다. 다큐에 등장하는 신천지 여성도는 극도로 불안해했고, 다소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연 그는 자신의 종교 때문에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심리학적 소견을 듣기 위해 서울 서초구 한 신경정신과의원 전문의를 찾아갔다. 그는 CBS 다큐 1·2부 영상을 보여주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여성도의 반응이 종교 때문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담요를 씌워 이단 상담소로 데려오고,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강압적인 교육을 시행하며, 여러 명이 한 사람에 대해 잘못됐다고 몰아세우는 등의 교육을 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의는 “특정종교에 빠졌기 때문에 부모도 몰라본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단정적인 판단”이라며 “부모와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그러한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개종교육에 끌려온 신천지 여성도들은 이러한 강압적인 상황에 대해 화가 많이 치밀어 올랐고, 두려움도 형성돼 있는 상태이다.

◆ “두려움 조성한 후 세뇌교육한 듯”

다큐에서는 개종교육 후 상반된 두 사례가 등장한다. 개종이 된 효은씨(가명)와 개종을 거부한 다혜씨(가명)이다. 이 전문의는 효은 씨에 대해서는 여러 날 동안 두려운 상황이 지속돼 자포자기를 했거나, 혹은 여러 사람이 자신의 믿음에 대해 틀렸다고 반복·주입해 세뇌현상으로 생각이 바뀌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뇌현상이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생각하다가 깨달음을 얻거나 주변사람의 권유에 동조했을 때 생각을 바꾼다. 강제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하는 세뇌현상은 과거 독재정권에서 주로 일어났으며,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끊임없이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는 등 반복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작업으로 이뤄졌다.

이단상담사들은 왜 이러한 ‘세뇌’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개종을 유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전문의는 심리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나약해지면서 감정적으로 두려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때 이단상담사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개종 대상자에게 다른 생각을 주입하고, 여러 사람들이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를 하면 결국 그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

개종된 효은씨는 처음에 자신이 믿었을 때와는 달리 개종 후 신천지를 완강하게 부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 내가 착각에 빠졌다’라고 해서 ‘후회스럽다. 반성한다’라는 감정적인 처리가 있어야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바꾼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강한 다혜씨(가명)의 경우 끝까지 거부하면서 분노가 더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감정적으로 화가 난 상태에서 부모를 남처럼 대하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 “종교 떠나 부모와 자식 간 대화 충분히 나눠야”

그는 강제개종교육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먼저 부모가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가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며 “신천지가 교리가 잘못됐는지 맞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 부분이 어려울 수 있다. 기존의 어떤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단이라고 하면 쉽게 믿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의는 “‘이단에 빠지면 안 된다’는 마음에 부모가 불안해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거기서 꺼내려고 애를 쓰다 보니 강압적인 무리수가 나올 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모와 자녀 간에 종교를 떠나서 대화를 충분히 나눠야 한다”며 “상대방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각자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