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경제개혁연대(경개연)가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의 공무 수행을 방해한 삼성전자, SKC&C, LG전자 임직원 13명에 대한 서울고검의 결정에 불복해 대검찰청에 재항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고발한 삼성전자, SK C&C, LG전자 임직원 총 13명에 대한 서울고검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대검찰청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항고 사건은 검사장급에 해당하는 대검찰청 부장들이 직접 기록을 검토한 뒤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재항고장에서 “이 사건에 가담한 각사 임원들이 조직 내에서 불이익은커녕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실에서, 회사가 오히려 이러한 조사방해 행위를 부추기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회사가 임직원들한테 ‘불법을 저질러도 회사에 이익만 되면 개인적 보상을 받는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 내지 위법성 판단도 하지 않고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로, 이번 재항고를 통해 대검찰청이 그동안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의 잘못된 판단을 교정하는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SK그룹,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2012년 잇따라 공정위의 공무수행을 방해한 것과 관련해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4억원, SKC&C 2억 9000만원, LG전자는 85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각각 받았다. 하지만 경개연은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만으로는 조사방해 관행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그해 11월 19일 당시 사건에 연루된 각사 임직원 1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약 7개월 동안 수사한 뒤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본적인 수사도 진행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며 즉각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수사가 미진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재수사 끝에 2014년 12월 다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올해 1월 15일 또다시 사건을 서울고검에 항고했고 서울고검도 원처분청(서울중앙지검)의 판단을 그대로 원용해 지난 2월 16일 항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서울중앙지검은 늑장수사로 일관하다 미진한 수사라고 지적받은 원처분과 동일한 처분을 내렸고, 고검은 제기한 쟁점에 관해 추가적인 판단 없이 원처분청(서울중앙지검)의 판단을 그대로 원용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16일 결정에서 경제개혁연대의 고발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경우 삼성전자는 피고발인들의 지시에 따라 단체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SK C&C는 영치 중이던 서류를 가져가 폐기하기는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의 통행에 약간의 불편만을 주었기 때문에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삼성전자·SK C&C·LG전자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경우 공정위 공무원들이 피고발인들의 행위에 구애받지 않고 조사방해 행위가 있었음을 밝혀내고 과태료 처분까지 내렸기 때문에 피고발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공무원들의 공무집행이 저지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각사 증거인멸 혐의의 경우 형사나 징계사건이 아닌 행정조사 단계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또 피고발인들이 은닉·폐기한 자료는 자신들이 작성한 서류 또는 직무상 다른 직원이 작성한 것을 보관한 것이므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은 다르다. 경개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경우 삼성전자는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조직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자료를 폐기하거나 은닉했으므로 단순한 출입지연으로 보기 어렵고, SK C&C의 영치자료 폐기도 단순한 통행 불편 수준을 넘는 명백한 폭력 내지 유형력의 행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경우 공정위가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조사방해 행위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며, 공정위가 조사를 통해 밝혀내려고 한 각사의 불법행위자 자료가 누락되거나 폐기되어 현실적으로 조사가 곤란하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거인멸 혐의의 경우 삼성전자·SK C&C·LG전자 등 법인에 관한 증거이자 다른 임직원에 관한 증거이기도 한 것이므로 명백히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으로 보아야 하고, 나아가 공정거래법상 공정위의 조사는 장차 형사 또는 징계사건으로 처벌이 예정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자료를 파기·은닉한 것은 증거인멸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경개연은 “결국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이 사건 각각의 혐의에 대해, 검찰은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며 “혐의 없는 것으로 결론내린 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해석하거나 법리를 오인해 적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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