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살아야 사회와 나라가 산다.’ 요즘 이 말을 실감나게 하는 어느 현직 목회자의 양심선언과도 같은 고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대가 부정과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동안 속아왔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신학교를 나온 그 정식 목사들이 무지하고 부도덕하기에 경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대신대학교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목회자의 주장이다. 먼저 한국교회와 나아가 한국 종교의 신앙적 부패와 타락을 공개적으로 냉철하게 꼬집을 수 있는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목회자는 “7년간 정규신학교를 졸업한 합동교단의 목사로서 본 교단을 포함하여 모든 교단 및 신학교의 폐해를 고발하며 돈과 시간을 들여 신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충격적 발언과 함께 그 이유까지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이유를 들어보자면 첫째, 신학교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冒頭)에서 ‘무지(無知)’를 지적했듯이 경서를 알지 못한 데서 오는 폐단이라 봐진다. 분명 경에는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고 돼 있고, 또 한쪽에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고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밝히는 것은 국내 신학교는 ‘교단 정신’에 매여 있다고 꼬집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교단 정신이란 교단이 정해 놓은 교리와 체계 외에는 이단시 내지는 경멸시 하는 풍조를 가리킨다고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2000년 전에도 예수와 당시 정통이라는 종교지도자들(서기관과 바리새인)이 싸운 것도 바로 이단 논리였다. 율법만이 하나님의 말씀이고 계명이라고 주장하던 종교지도자들과 율법이 아닌 구약 선지자들을 통해 장래를 약속한 그 예언과 함께 예언을 이룬 실상을 전하는 예수와의 그야말로 치열한 교리전쟁이었다. 성경에 기록된 말씀 즉, 예수와 사도들이 전한 복음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율법으로는 신앙의 목적인 구원을 얻을 수 없고 다만 죄를 생각나게 할 뿐이라고 못 박고 있다(히 10장). 따라서 하나님은 율법만을 고집하던 육적이스라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영적이스라엘이라는 새 시대를 구약의 선지자들을 통해 약속하셨고, 예수는 그 약속대로 2000년 전 유대 땅에 와 구약선지자들을 통해 약속하신 모든 약속을 이루시고(요 19:30) 새 시대를 열었다.

여기서 예수와 당시 종교지도자들과의 논쟁을 마태복음 15장에서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떡을 먹을 때 손을 씻지 않고 먹음으로써 종교지도자들은 이를 문제 삼았다. 즉, “당신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장로들의 유전을 범하나이까 떡 먹을 때에 손을 씻지 아니하나이다”라고 말이다. 이 때 예수께선 “너희는 어찌하여 너희 유전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느뇨”라고 하시며, 십계명을 지키지 않는 그들을 책망했다. 나아가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을 들어서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라는 말씀이 그들에게 응하였음을 일러줬다. 그렇다. ‘교단 정신’이라는 목회자의 지적과 같이, 오늘날도 하나님의 말씀은 온데간데없고 교단마다 정해놓은 교법 즉, 사람의 계명이며 장로들의 유전이 하나님의 계명 위에 군림하며 돈과 권세와 횡포로 자리 잡고 말았다.

세 번째로 이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 대신 교단정신만 익힌 사람들은 사회와 나라와 인류를 위해 헌신하기는커녕 ‘헌금 도둑’이 될 뿐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본 한국교회의 현실이요 나아가 한국 종교의 슬픈 자화상이며 나아가 종교 말세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부패와 타락의 본거지로 전락한 종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먼저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종교지도자들이다. 그들에게 인사와 지혜를 얻는다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진정 그들은 이 나라를 위해 지혜를 얻고자 함이 아니라 종교인 수(數)라는 힘과 권력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종교가 돈과 명예와 권력이 됐고, 그 앞에 나가 구걸하는 이 나라 지도자들은 또 뭔가. 종교가 살아야 사회와 나라와 인류가 산다는 말은 참으로 이 시대를 두고 한 말이다.

시간을 들여 신학교에 나가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목회자의 용기 있는 주장은 기독교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에 해당하며, 나아가 오늘날 종교지도자들은 물론 일반 지도자들까지도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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