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은 2015 을미년 양띠 해를 대신하는 숫자가 돼 있다. 금년은 일제치하에서 벗어난 지 70돌을 맞게 되니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며, 광복과 함께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다시 70년이란 긴 세월을 지내야 했으니, 남과 북이 갈라진 지 70년이 되는 해다. 어찌 그 뿐인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평화와 안전의 필요성을 깨닫고 그해 10월 국제기구를 창설했으니, 유엔 창설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70년 전 일제치하로부터의 해방은 광복의 참의미를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알게 하니, 그 이유는 우리의 미련함으로 다시 시작된 분단의 현실 때문이다. 다시는 지구상에 전쟁과 아픔이 없는 평화의 세계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고 시작한 유엔도 끊이지 않는 테러와 분쟁과 다툼으로 유엔이라는 기구의 창설의미를 무색하게만 하고 있다. 진정한 광복도 세계평화도 아닌 70년의 세월은 이렇게 속절없이 오늘까지 흘러왔다. 그리고 이제 ‘70’이라는 숫자를 마주하고 있으며, 그 숫자에 왠지 보이지 않는 희망을 가지게 되니 어쩜일까.

이쯤에서 잠시 이 70이라는 숫자에 왜 관심이 가며,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BC 587년, 지금으로부터 2587년 전 이스라엘 백성들은 부패와 타락으로 인해 그들이 섬기던 하나님은 떠나갔고, 그 죗값으로 바벨론에 포로로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 포로생활에서 해방되어 본토로 돌아오기까지의 세월이 바로 70년이다. 따라서 이 ‘70’이라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자유의 선포’이자 ‘회복’이며 ‘광복’인 것이다. 바로 우리의 간절한 희망이요 소망이 된 이유다. 이제 생각해 볼 것은 이 희망과 소망의 숫자를 맞은 올해, 반드시 진정한 광복과 세계평화를 이뤄야 하며, 허무한 데 굴복당하고 있는 만물들까지라도 그 사로잡힌 데로부터 참으로 해방돼야 하는 절체절명의 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다가온 이 평화의 기운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인해 프랑스 ‘샤를리 엡도’ 기자 등 12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은 온 지구촌을 다시금 경악케 하고야 말았다. 국경도 민족도 사상도 종교도 하나 돼야 하는 이유를 실감케 하는 또 하나의 비극을 새해벽두부터 세계는 실감한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날의 총격은 슬픔과 낙담이 아닌 테러와 분쟁과 전쟁이 없는 세상을 위해 온 지구촌이 하나 돼야 하는 당위성을 일깨운 사건으로 승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테러로 인해 순식간에 촉발된 ‘테러 규탄 거리행진’, 세계 34개국의 정상들과 프랑스 시민 150여만명이 모인 테러규탄 대행진은 파리는 물론 브뤼셀, 런던, 뉴욕, 카이로, 시드니, 마드리드, 도쿄 등지에서도 일제히 참여했으니 이를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테러는 야만적 행위”라며 무슬림도 비난하고 나섰다면 무엇보다 이번 테러는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인류역사를 통해 입증된 것은 정치와 외교와 무력으로는 분쟁의 궁극적 해결을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리의 테러규탄 거리행진에서 봤듯이, 온 세계가 그 필요성을 깨닫고 하나 되는 길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이러한 공동의 인식하에 유명무실했던 유엔은 각종 테러와 분쟁과 나아가 전쟁까지 종식시킬 수 있는 국제법 제정이 가능해질 것이며, 종교로 인해 온 지구촌이 사분오열되고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는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저마다의 역할과 기능이 살아 움직이며 제 몫을 감당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회복의 시대인 것이다.

진정 세계가 하나 돼 다툼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그 자체가 이미 ‘평화’인 것이다. 광복과 분단 나아가 유엔의 창설에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 70년 세월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청양이 가져다 준 평화의 해에 이렇게 우리에게 회복과 광복의 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며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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