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 1탄

대한민국 영화계의 주요 감독인 류장하, 허진호, 장항준, 김태용이 스크린을 넘어 무대로 왔다.

영화감독이 만든 연극이라고 하니 ‘뭔가 다를 것이다’ 아니면 ‘허접 할까?’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의심은 잠시. 엄청난 감동을 찾아낸 관객들은 금세 극에 빠져든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류장하 감독의 ‘엄마, 여행 갈래요?’는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삶의 이유였던 이 땅의 어머니들과 늘 뒤늦은 후회 속에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안타까워하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 엄마(예수정)가 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른채 엄마의 잔소리에 귀찮다는 듯이 짜증을 내는 아들(김성수). 엄마는 그런 아들이 불쌍하고 애틋하기만 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연출을 맡은 류장하 감독(영화 ‘순정만화’ ‘꽃피는 봄이 오면’)은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도 어색한 저와 같은 이 시대 아들들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평소 영화로도 만들고 싶었던 소재였다”고 작품 선택의 계기를 설명했다.

공연 중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2000년 드라마 ‘눈꽃’ ‘메디컬 센터’등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활동을 펼쳐 온 김상경(이현수 역)은 2008년 ‘대왕세종’으로도 눈부시게 활약해 왔다. 또 영화 ‘살인의 추억’ ‘내 남자의 로맨스’ ‘화려한 휴가’ 등 스크린에서의 그의 연기 또한 빛이 났다.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하하하’에 출연하는 김상경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무대는 드라마나 스크린이 아닌 대학시절 이후 기회가 오지 않아 시도하지 않았던 연극무대였다.

김상경은 “오랜만의 무대라 관객들이 어색해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극에 빠져드는 관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나에게 힘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연극 중 객석 이곳저곳에서 중년 남성분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며 “보통 남자들은 30대가 지나면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우리 연극에 오신 남성분들은 거의 통곡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이 첫 작품인 배우 김성수(이현수 역)는 지난해 4월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자상한 아버지 역할로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김상경과 더블 캐스팅된 아들 역의 김성수는 “처음에는 많이 떨렸다. 하지만 하다 보니 많이 편해졌다”며 “사실 첫 공연 때는 떨려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지난 일을 회상하는 듯 머쓱한 웃음을 보이며 소감을 전했다.

 

▲ 엄마 역을 맡은 권순희가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장소인 제주도 버스정류장에서 호텔에 놔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간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공연은 기존의 공연무대와는 달리 마이크로 관객들에게 소리를 전달한다. 연극 전문가들은 다소 불편한 시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연출을 맡은 류장하 감독은 “새로운 시도”라고 말한다.

류 감독은 “400명의 객석 가운데 가장 끝에 계신 관객들에게 작고 예민한 소리까지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객에게도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이 관객들에게 엄마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엄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깊어가는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 연말 가족의 사랑이 무엇보다 그리운 계절이 찾아왔다. 연극 ‘엄마, 여행 갈래요?’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의 열쇠가 되길 기대해 본다.

현재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류승하 감독의 첫 번째 작품인 ‘엄마, 여행 갈래요?’는 내년 1월 17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2-764-7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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