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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성도 100명, 20억 원(대출 15억 원)에 팝니다.” “장년 300명, 후임자조건 16억 원(대출 6억 원) 준비되신 분 찾습니다.”

9일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구인구직-담임목회 후임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교회 매매 관련 정보다. 교회 위치, 건평, 매매가 등과 함께 교인수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교인수가 교회 매매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넷스처치(netschurch)라는 교회 매매 사이트에는 “많은 물건이 있다”는 내용과 함께 “특별히 교회(매매)는 은밀히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라며 익명성 보장을 강조했다.

목회자가 교회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하고 교인도 이를 당연시하면서 교회 매매는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교회 매매는 목회자가 교회를 팔아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려는 경우나 부채를 이기지 못해 매각에 나선 경우에 주로 이뤄진다. 또한 사역지를 찾지 못한 신학생들이 개척보다는 후임자로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면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회 매매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교회 운영에 도움이 되는 교인이 몇 명이냐는 것이다. 월급이 월 200만 원인 장년 100명이 출석해 월 20만 원씩 십일조를 낸다고 가정하면 월 2000만 원의 수입이 보장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교인 100명 당 1억 원’이라는 말은 목회자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구인구직-담임목회 후임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교회 매매 정보(위)와 교회 매매 사이트 넷스처치(netschurch)에 올라온 내용이다. 이 글에는 교회 위치, 건평, 매매가 등과 함께 교인수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교회와 함께 교인도 은밀히 매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교회 매매, 교인도 함께 거래하는 것”

8일 현재 교회 부동산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인터넷사이트 ‘기독교정보넷’에 올라온 교회 매물은 수백 건에 달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글은 크게 ‘교회 팝니다’와 ‘후임자 모십니다’로 나뉘어져 있다. 교회 매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교회 팝니다’는 교회 건물을 파는 것이다. ‘후임자 모십니다’는 교인들도 함께 거래하는 것”이라고 실토했다. 교회 부동산 매매나 후임자를 찾는 사이트나 업체는 기독나라 등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

또 개신교계 신문을 보면 ‘교회 매매’ ‘후임자 구함’ 등 각종 광고가 눈에 띈다. ‘대지 125평, 건 135평, 교인 70명, 7억’ 이렇듯 매매정보를 자세히 보면 가격 옆에 하나 더 붙는 말이 ‘교인수’다. 교회를 내놓은 목사들은 매매가격에 교인수가 포함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매매정보에는 떡하니 교인이 몇 명인지 알려주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교인이 있는 곳을 원한다면 시설비를 더 줘야 한다”며 “시설비에 교인수를 ‘보이지 않게’ 포함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교인수가 적으면 순수시설비만 받지만 교인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격은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안수집사와 장로가 각각 몇 명인지, 한 달 들어오는 헌금은 얼마 정도인지를 모두 후임 목사에게 인수인계 한다는 것이다. 즉 교회를 팔 때 헌금수입과 교인수 등에 따라 교회가격이 매겨지는 셈이다.

교회를 매매할 때 건물이나 시설 매각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회 교인들까지 넘어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네티즌(nk9*****)은 “작금의 개신교 목사들의 개척교회를 발전시킨 후 교인의 숫자만큼 더 주고 팔아먹는 행위는 그야말로 시장판의 잡배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인들이 노예시장의 노예도 아닌데 머리 숫자에 따라서 교회 가격이 정해지고 매매된다면 상당히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 종교시설 중에 역대 최고 감정가인 526억으로 법원 경매장에 등장한 판교신도시 충성교회 전경. (제공: 대법원)

◆재정난에 문 닫는 교회… 잇따라 경매

문제는 교회의 재정난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교인수를 늘려야 하나 한국교계 전체적으로 양적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교인들의 수가 점차 줄어 교회 간 수평 이동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교회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재정난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교회가 속속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중·대형교회들의 부도사태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법원에 따르면 2012년 한해 경매에 나온 교회는 100여 건에 달했다. 교회대출 대부분은 건축비가 차지한다. 교회들이 과도하게 빚을 내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하다 경매에 내몰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는 2007년 8층짜리 대형건물 신축과 재개발이 유력한 건물에 투자하기 위해 7년간 총 950억 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대출금을 갚지 못해 교회부지가 경매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교인 131명은 집 등을 담보로 80억 원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해 담임목사와 당회 장로들을 업무상 배임·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경매장에 나온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위치한 충성교회는 감정평가액이 526억 원이었다. 2010년 신도시 판교로 이전한 충성교회는 재적 7000명에 출석교인 3000명으로 지하 5층 지상 7층에 연면적 2만 5980㎡ 규모이며 체력단련장, 독서실, 예식장, 카페, 영화관 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성교회 건물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완공 3년 만에 경매로 넘어갔다. 지난 9월 5일 하나님의교회가 288억 원에 입찰해 법원이 ‘최고가매각허가결정’을 내렸으나 현재 충성교회가 법원에 이의를 신청한 상태다.

서울 종로구 평동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본부 건물도 법원 경매시장에 나와 한국교계에 충격을 안겼다. 60여 년 전통의 기하성교단은 산하에 2000여 개 교회가 있다. 5층 규모인 이 건물의 감정가격은 191억 원이다. 경기 부천 상동 신도시에 위치한 하늘빛교회도 경매시장에 나왔으며, 감정가격은 101억 원이다.

이처럼 중대형 교회 경매가 속출하는데다 목회자 배임·횡령 사례까지 급증하고 있어 한국교회는 안팎으로 파산위기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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