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날이 횟수로 15년 차인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뮤지컬 배우 민영기. 현재 앙코르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드 윈터 역할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EMK컴퍼니)

‘레베카’ 막심 드 윈터 役… 경력 15년 내공 뒷받침
탄탄한 연기·가창력
… 작품에 녹아드는 게 목표

막심, 7분간 독백 등 많은 에너지 필요 줄넘기로 체력훈련 
역할과 가까워지기 위해 다가간다는 느낌으로 연기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내가 언제 왕도 되고 장군도 돼 보겠어요? 좋아하는 노래와 연기를 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컬 배우란 직업이야말로 저의 천생연분인 것 같아요. 70세까지 연기하는 게 제 목표에요.”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날이 횟수로 15년 차인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뮤지컬 배우 민영기. 앙코르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드 윈터 역할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는 그를 어느덧 공연 중반이 흐른 지난 16일 연습실에서 만났다.

—주인공 ‘막심’ 역할에 캐스팅됐을 때 느낌은.
사실 작년에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배우가 막심 연기를 했을 때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보면서 정말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바람대로 올해 앙코르 공연 무대에 막심 역할로 캐스팅돼 열심히 준비하고 무대에 잘 올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벌써 공연 중반을 넘어 후반에 다다랐다. 처음과 비교했을 때 표현력이 많이 달라졌나.
많이 달라졌다. 처음엔 짧은 연습시간과 촉박하게 다가오는 공연 시작에 쫓기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더 많이 연습하고 고민했다. 배우들은 보통 2~3개월간 연습 기간을 갖는데, 이번 작품은 한 달 정도뿐이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주인공 막심은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는 역할이다. 7분간 독백으로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지만 처음에는 많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해서 힘들기도 했다. 지금도 기본 체력훈련으로 줄넘기를 꼭 한다. 막심이란 인물은 굉장히 곧게 서 있다. 막심과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한발 한발 다가간다는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다.

—캐릭터와 한몸이 된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자면.
캐릭터를 몸 안에 더 우려낸다고 할까….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연습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관계다. ‘나’라는 인물과의 관계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기도 하며 작품에 녹아든다. 말하지 않아도 그 관계 안에서 에너지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완벽한 배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배우가 극 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돼 연기 하는 방법)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정상에 서 있어야 한다.

—뮤지컬 배우의 삶이 힘들진 않은가.
1999년 뮤지컬 배우를 처음 시작했을 때 1년은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배웠다. 작품의 10%만 받고 일했지만, 하나씩 배워가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2년째에는 서울예술단에서 정식으로 월급을 받으며 3년간 활동했다. 서울예술단 시절이었던 2002년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첫 주인공을 맡았다. 2004년에 예술단을 나와 혼자 독립했다. 외부 작품 오디션을 봤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배우 조승우와 같이 무대에 섰다. 그때부터 프리랜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게 벌써 11년째다.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은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장군, 왕, 살인자, 형사 등이 돼 보는 것이다. 무대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다. 이것이 배우만이 해볼 수 있는 특권인 것 같다.

—배우 이현경이 부인이다. 내조가 각별하다고.
연애할 때 결혼을 결심한 것은 먹을 것을 잘 챙겨줘서다. 당시 아내는 나에게 노래를 배웠다. 레슨과 공연을 소화하느라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밥은 꼭 먹어야 한다’고 했고, 함께 식사하면서 생각이 들었던 게 이 사람과 결혼하면 굶진 않을 것 같았다. 지금도 식사를 정말 잘 챙겨준다. 요리도 잘한다. 결혼 전에 요리학원도 다녔다더라.

아내도 배우인지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대본을 받으면 아내가 상대역을 해 주기도 한다. 내가 뮤지컬에서 배운 것을 아내에게 알려주면 드라마에서 해보기도 한다. 아내가 사극을 찍었었는데 대사가 좋았다고 연출가에게 칭찬을 받았다더라.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어떤 배역을 하고 싶다기보다 나이에 맡는 역할, 작품에 녹아드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든 아니던 그 배역에 녹아드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지금의 가장 큰 목표이자 욕심이다.

이것은 모든 배우의 욕심인 것 같다. 앞으로는 작품에서 민영기가 보이는 게 아니라 역할이 관객에게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표현하는 표현력이 풍부해져야 한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하자면.
강의를 나가게 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무대에서 솔직한 배우가 되라고…. 하는 척하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준다. 또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라고 한다. 반대로 말을 할 때는 노래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뮤지컬 배우에게 항상 따라오는 숙제다. 이렇게 한다면 정말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뮤지컬 ‘레베카’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1938년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하며,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한국 초연은 영국 맨덜리 저택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대규모 무대에 미스터리한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영상과 조명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로맨스와 서스펜스(박진감)가 결합한 스토리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여기에 음산한 미스터리와 깊은 감정의 변화까지 절묘하게 담은 드라마틱한 음악은 작품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올해까지 앙코르 무대를 펼치며 흥행하고 있다.

▲ 뮤지컬 ‘레베카’ 막심 드 윈터 역할로 연기하고 있는 민영기 (사진제공: EMK컴퍼니)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