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을 자세히 설명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선과 색의 어울림’ 한복 기증 특별전

“우리 옷의 세계화는 이미 많이 됐다. 이제는 평상시에도 한복을 즐겨 입을 수 있게 만들어 대중화해야 한다. 순수하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게….”

우리 옷 만들기에 45년의 세월을 쏟아 부은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74, 본명 이은임) 선생의 특별전에 전시된 한복에서 아름다움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의 멋과 시대마다 보여지는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21일부터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에서 열리고 있는 한복 기증 특별전에는 이리자 선생이 기증한 작품 350여 점이 기획 전시돼 있다.

1972년부터 수십 년간 셀 수 없을 만큼의 패션쇼를 펼치면서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려 온 이리자 선생은 “한복보다 아름다운 옷은 없다”고 자신했다.

 

▲ 전시된 저고리 24점.

 

전시관 한쪽 벽면에는 40~60년대 옷감을 리폼한 24점의 저고리가 전시됐다. 그는 “저고리를 좋아한다. 전시된 저고리 외에도 100가지가 넘는 저고리를 갖고 있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전시된 저고리는 이리자 선생의 혼수와 모친의 옷을 현대에 맞는 디자인으로 바꾸어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늘 기쁨과 행복이 있고 웃음이 따른다. 기뻐하는 이 선생에게 처음 한복을 만든 계기를 묻자 “좋아했으니까”라고 답했다. 괜한 질문을 한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한의사 여서 한복을 많이 입으셨다. 그렇게 한복을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됐다”며 덧붙여 설명했다. 10살부터 손으로 하는 것은 다 잘 했다는 이리자 선생은 “손으로 하는 모든 것에는 자신이 있다”면서 “학창시절 교복도 직접 만들어 입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2000년 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힘든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투병생활 중에도 그의 한복 만들기는 계속 됐다. 지금까지 모아뒀던 조각천을 활용해 새로운 기법의 작품들로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 냈다.

그는 “살아있을 때 한 작품이라도 더 남기고 싶어 손으로 직접 다 만들었다”면서 “그때부터 10년 동안 계속 ‘조각옷’을 만들어 왔는데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죽는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됐다. 이 일 때문에 살았다”고 말했다.

이 선생은 “철학에서 코스모스는 ‘인류(세계)’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각 나라가 좋아할 수 있는 색감들을 하나

▲ 전시작품.
로 모아 작품을 만든다. 천 한 조각에는 의미가 없지만 그것을 서로 이으면 멋진 작품이 된다”면서 조각옷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선생은 투병생활 이후 10년 동안 무려 300점이나 되는 조각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생활용품으로도 만들어진 작품들은 조만간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요즘 한복시장은 불안하다. 이리자 선생은 “퓨전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거의 양장이지 한복 같진 않다”며 “한복으로 대중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많이 입지 않기 때문에 평상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퓨전한복이 나온 것인데, 뭐든지 많이 입으면 부끄럽지 않다. 이제는 생활화해야 한다”면서 “경기가 좋아지면 한복도 많이 입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선과 색의 어울림-이리자 한복 기증 특별전’은 3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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