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경비정 1척이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뒤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한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한 주민이 방송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북한 경비정 NLL 침범… 남북 함정 상호 사격
대화 분위기 ‘찬물’ 끼얹어… 진정성 도마 위에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7일 오전 서해상에서 남북 함정이 서로 사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 유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경비정 한 척이 같은 날 오전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뒤 우리 측 유도탄 고속함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 함정 간에 함포와 기관총 등에 의한 경고사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경비정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연평도 NLL을 900미터 정도 침범했고, 우리 군은 북한 경비정을 향해 경고통신과 함께 76㎜ 함포 5발로 경고사격을 가했다. 이에 북한 경비정은 기관총으로 추정되는 화기로 수십 발을 발사했으며, 이는 사거리가 짧아 모두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단, 조준사격은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의 대응 사격에 따라 우리 함정 역시 즉각 대응 사격에 나섰다. 76㎜ 함포 10여 발과 40㎜ 함포 80여 발을 경고사격 때보다 북한 함정에 가까운 쪽으로 사격했고, 이후 북한 경비정은 NLL 이북으로 퇴각했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남북 함정 모두 조준사격이 아닌 경고사격으로 대응했으며, 양측 모두 포탄에 의한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NLL 침범 등 서해상에서 도발 시도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도 북한 단속정 한 척이 서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함정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으며, 지난 5월엔 북한군이 연평도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우리 함정 부근에 두 발의 포격을 한 바 있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은 모처럼 대화모드로 돌아선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불과 3일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최고위급 실세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내려 보내며 대화 분위기를 주도했다.

당시 황 총정치국장은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 통로로 열어 가자”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전해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며칠 만에 남북 함정이 상호 사격을 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서 북한의 진정성 역시 도마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7일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과 관련해 “최근 며칠 전까지 북한의 고위급 3인방이 와서 ‘오솔길이 뚫렸으니 대통로를 열자’고 그러더니 기관포 사격전이 일어난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함정 사격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대화 분위기를 거두고 비난 공세로 나올 경우 남북 2차 고위급 회담 전망 역시 어두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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