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수정안이 확고한 가운데 세종시의 해법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심상찮은 연말정국의 기류다.

세종시란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이름을 본 따 지은 ‘세종특별자치시(世宗特別自治市)’로 충청남도 연기군 일대에 2015년까지 정부 부처가 이주할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시명(市名)이다. 이 세종시안은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충청권의 표심을 얻기 위해 ‘행정도시 이전’이라는 카드를 들었고, 이에 간발의 차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축소, 수정, 백지화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급기야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친박계가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분배’보다 기업, 교육, 과학, 문화 등 4~5개의 ‘다기능 자족도시’를 만든다는 수정계획으로 가닥을 잡고 연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쯤에서 간과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위대한 업적과 숭고한 정신을 남긴 세종의 이름은 갖고 싶어 하면서 그 분의 정신이 실종된 이율배반적인 현대판 당리 당략 당파싸움의 현장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세종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침으로 성군으로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으나, 오늘날 또 다른 세종의 이름을 빙자해 백성을 이용하고 모독하는 위정자들의 행태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서 약 600년 전 대왕의 칭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세종의 진면목을 살펴보기로 하자.

광화문(光化門), ‘이 문으로 나가 빛으로 가르치라’는 세종대왕의 명령이 지금 귓전을 울린다. 현재 광화문은 태조 때 ‘사정문(四政門)’에서 세종 7년 궁중학문연구기관인 집현전으로부터 광화문(光化門)으로 바뀌게 된다. 다시 애민(愛民)정신과 민본(民本)사상의 스승으로 600년이 지나 오늘날 우리 앞에 현현(顯現)하고 있다. 그리고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 농사는 나라의 정치다’라고 광화문 현판에 담긴 의미처럼 빛으로 가르치며 호소하는 대왕의 호령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금 광화문 광장은 국민들과 세계인의 광장으로 변모해 가며 대왕의 정신과 사상이 널리널리 알려져 퍼지고 있다. 그것은 제2의 문예부흥(르네상스)을 예고하고 있다.

문예부흥(文藝復興)은 14~16세기경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혁신운동으로 유럽문화의 근대화에 사상적 원류가 된 것이다. 인문주의 즉, 세속 문필가들의 글로써 시작된 지적운동으로 나타났으며, 다양한 표현과 작품에서 인간의 본성과 존엄성을 강조했고, 상실된 인간정신을 회복하고자 했으며, 또 전통적 종교교리가 강요한 정신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려 했던 것이다. 또한 인쇄술의 발명으로 절반의 성공이긴 했지만 종교개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사실상 이 사상이 오늘날까지 세계의 정신과 문화를 지배해 왔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운동도 작금에 와서는 부패와 변질 그리고 퇴색되어 가고 있으니 새로운 빛의 출현을 암시하고 있다. 아니 광화문으로부터 이미 제2의 문예부흥이 시작된 것이다. 유럽전역을 흔들었던 문예부흥이 세속 문필가들의 글로써 시작되었듯이 문화(文化)라 함은 글로써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 글은 이 세상의 글이 아닌 하늘의 글일 것이다. 종교가 발달했던 당시대의 모든 상황들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제 그 기운이 다하고 서기동래(西氣東來) 즉, ‘서쪽에서 시작한 기운이 다하고 동쪽으로 온다’는 예언이 응하는 시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일차 문예부흥이 일어날 수 있었던 조건들을 나열해 봤듯이 오늘날 문예부흥의 시발의 조건을 충족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임을 우리는 몰라도 세계는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글창제의 의의와 같이 모든 사람 즉, 인류가 문맹 퇴치가 가능한 글, 가장 쉽고 편리한 글, 가장 과학적인 글, 정보화를 가능케 하는 글과 함께 IT강국의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당시 새로운 시대를 갈망할 수밖에 없었던 종교세계의 타락이 이 시대 이 나라에서 가장 악의적인 방법으로 재현되고 있음은 제2의 문예부흥이 이 강산 위에서 재현될 수밖에 없음을 잘 증명해 주는 요건들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약 600년 전 너무나 고귀한 문화유산을 남겨 주신 대왕의 그 업적을 욕되게 하지 말고 정확히 이해하고 계승하여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를 이롭게 하는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충고다. 세종의 업적과 정신은 인류를 깨우치고 교훈하기에 충분하다. 곧 세계는 한 민족의 정신과 사상으로 하나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정확히 이해하자.

따라서 오늘날 대의에서 벗어나 위정자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세종시를 둘러싼 값싼 싸움은 다가올 민족의 사명과 과제를 고민하라는 깨우침으로 마땅히 승화돼야 할 것이다.

끝으로 세종대왕께서 남긴 업적은 오늘날 우리 민족의 유산이 아니라 세계의 유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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