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스페인 배우들과 강은경(뒷줄) 연출의 모습. 앞줄 왼쪽부터 Maria Luisa Tomas, Elena Casanueva, Simon Ramos. ⓒ천지일보(뉴스천지)

몸으로 말하는 신체연극 ‘꿈을 삼켰을 때’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스페인 극단 ‘무 떼아뜨로(MU THEATRO)’가 첫 내한공연으로 신체연극 ‘꿈을 삼켰을 때(작/연출 강은경)’를 선보인다. 소극장 씨어터 송에서 7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연극은 한국인 연출가와 스페인 배우의 결합이라는 데서 특이할만하다.

극단 ‘무 떼아뜨로’는 또한 ‘신체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한국 관객을 찾는다. 신체연극은 사실주의연극에서는 볼 수 없는 움직임과 무용, 마임 등 신체를 적극 활용한 연극을 말하는 것으로 극의 몰입을 높이는 특징이 있다.

공연을 며칠 앞두고 방한한 극단 ‘무 떼아뜨로’의 연출가와 스페인 배우들을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체연극은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보다는 여러 몸짓으로 대사를 전달하고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죠. 특히 이번 작품은 스페인 배우들이 한국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이기에 대사는 극도로 줄였어요. 플라멩코와 마임 등 다양한 신체 표현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것이죠. 의미 전달은 꼭 대사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을 맡은 강은경 연출은 ‘신기루’ ‘원더풀 초밥’ ‘닭집에 갔었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작가다. 결혼과 함께 스페인으로 건너가 연극연출을 공부한 그는 작품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배우들과 함께 지금의 극단 ‘무 떼아뜨로’를 만들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극과 신체 움직임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추구하고 있는 ‘무 떼아뜨로’는 그 특성상 작품을 만들 때 신체 트레이닝으로 먼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강은영 연출은 “신체 트레이닝으로 먼저 움직임을 만든 후 작품 속에서 만들어진 움직임과 대사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작품 속에서 매순간 극대화된 움직임과 언어가 합쳐지면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구축돼 감정과 느낌을 관객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기에 이러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스페인 배우들 역시 대사보다는 움직임이 많은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을 함께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언어가 다른 한국에서 공연되는 것이기에 기존 작품보다 대사를 현저하게 줄였다. 대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욱 커졌다.

이 작품은 또한 인물의 등장과 퇴장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세 명의 배우가 주인공 한 사람을 연기하고, 또한 주변인물들을 연기한다. 주변 인물을 연기할 때는 가면을 사용하며, 장면의 전환을 위해 힙합(Hiphop)과 타악기연주(Cajón, 플라멩코에서 사용하는 대표적 타악기)로 만든 효과음 등을 사용한다. 등장인물의 등퇴장이 없고, 무대 위에서 장면 전환과 배역의 전환 등이 이루어지는 것을 관객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도 강은경 연출을 통해 한국적인 작품을 함께했던 경험이 있는 세 명의 배우는 이번 공연이 몹시 기대가 된다고 말한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고 말하는 스페인 배우들.

▲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스페인 배우들과 강은경 연출의 모습. 왼쪽부터 Simon Ramos, Maria Luisa Tomas, Elena Casanueva, 강은경 연출.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사가 있어야만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언어는 알아들어도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록 언어는 달라도 이미지로 작품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번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 부담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신체연극 ‘꿈을 삼켰을 때’는 주인공 ‘파블로’의 하루를 뒤쫓아 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 명의 배우 모두 주인공 파블로 역을 맡아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빗고, 옷을 입는 등 모든 장면을 3인 1역으로 연기한다.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을 표현할 때는 가면을 쓰는 것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마임’ ‘2인무 플라멩코’ ‘1인 플라멩코’ 등으로 극의 전개에 재미를 더한다.

강은경 연출은 “분명 한국과 스페인의 문화는 다르다.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충돌할 수도 있지만 작품활동을 통해 조금씩 문화의 간극을 좁혀가고 있으며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들도 스페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간격을 조금이라는 좁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새벽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었을 배우들 역시 이번 연극을 통해 한국에 스페인의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에 첫 내한공연을 갖는 극단 ‘무 떼아뜨로(MU TEATRO)’는 연극과 신체 움직임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추구하고 있으며, 대사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연극에서 탈피해 배우의 신체 움직임을 통한 새로운 언어로 관객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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