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미래 이프 강수정 기획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여성에게 안전한 밤길이 허락되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걸어도 행여 누가 내 걸음을 따라 밟고 있진 않은지 목이 아플 만큼 수시로 뒤를 돌아봐야 하고, 택시를 잡아도 타기가 무섭게 차번호를 지인에게 문자로 날리며 내릴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래서 혹자는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지 뭐 하러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냐”며 “밤길에 당한 봉변은 여자 책임”이라고 무심코 말하지만, 남자들이 밤늦게 귀가하는 이유만큼이나 여자들도 늦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늦게 귀가할 때마다 힘들어도 당연하다 생각하며, 눈을 부릅뜨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그 당연함에 반기를 들고 ‘여성의 안전한 귀가를 보장하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단법인 문화미래 이프다.

문화미래 이프는 올해로 6회째 ‘여성전용콜제도’ 추진을 위한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다. 당초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 행사는 여성의 밤길 안전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일명 ‘핑크택시’로 불리는 ‘여성전용 콜택시’ 시행을 주장하는 한편 여성들이 맘껏 뛰고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미래 이프 강수정 기획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변화를 요하거나 당장에 무엇인가를 시행하자는 뜻은 아니다”며 “하지만 밤길 안전을 위협받는 여성들의 고통을 알리며 주위를 환기시키고, 이슈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또 전혀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문화행사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상생과 화합의 기치를 실현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즉, 택시를 포함한 밤에 일어나는 빈번한 성폭력 등의 사건사고 속에서 무방비상태인 여성들을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셈이다. 또 여성대리 운전자를 성추행하거나 대리운전을 시켜 귀가하는 여성을 성추행하는 등 밤늦은 귀갓길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력과 공포의 책임을 고스란히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의식도 하루빨리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 팀장은 “일본, 영국, 러시아, 두바이 등에서도 여성들만을 위한 전용콜을 시행 중에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심야시간대에 여성운전자가 배치된 택시운행이 필요하다는 여성들의 호소에 따라 시범운영을 계획하고 있으며 러시아, 모스크바는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핑크택시가 운행 중에 있다”며 우리나라도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서울시에서 택시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브랜트 콜택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질적으로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보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 팀장은 “서울시에서 운행 중에 있는 ‘브랜트 콜택시’는 탑승 승객에 대한 정보가 미리 고객의 가족이나 친구에게 통보돼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서비스 기능이 주요 기능인데 브랜트 콜택시에 선정된 택시회사의 기사도 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또 홍보부족으로 브랜트 콜택시를 아는 승객도 적을 뿐 아니라 브랜트 콜택시를 식별하기도 어렵고 일반 콜택시와의 차이점도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여성전용 콜택시 추진에 앞서 여성운전기사 확보가 어렵다면 영국처럼 15대로 시작하더라도 일단 발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며 “올해 열린 ‘시청 앞 밤마실’도 여성의 밤길 안전에 대한 의식 환기를 유도하는 문화행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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