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류관순 기념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학생 심리치유 전문상담인력 연수'에서 참석자들이 전문 강사로부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에 관한 강연을 듣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느낄 수 있는 우울, 불안, 집단 트라우마를 예방하고자 마련된 이날 연수에는 초·중·고교 전문상담교사와 Wee센터 실·팀장, 교육청 장학사, 학부모 등 1천5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치유센터·프로그램 계획 봇물… “공감하고 치유해야”

연합기도회·모금·상담 진행
이스라엘 구호기관 협약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정신적인 충격이 심한 피해자, 유가족 및 국민들을 돕기 위해 종교계가 두 발 벗고 나섰다.

정부가 이번 사건으로 직‧간접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안산에 ‘안산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 설립 등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종교계도 직접적인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현장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70명과 학부모, 상담치유 전문가, 교사 등은 이미 경기도가 진행하는 ‘치유 합숙’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그러나 심리치유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또 이번 사고로 피해자 및 유가족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큰 충격을 받아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종교계와 간담회를 갖고 “우리 국민들은 항상 이렇게 큰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다시 용기를 가지고 일어서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런 국민이 다시 용기를 가지고 일어날 수 있도록 (종교계가) 많은 힘이 되어 달라”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가장 열정적인 활동력을 보이는 곳은 개신교계이다. 지난 7일 주요 교단과 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치유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가칭)’이라는 단체를 출범키로 결의했다. 여객선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교계가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교계는 이 연합단체를 통해 모금, 치유사역, 공동기도문과 성명발표 등 제반 활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먼저 오는 9일 안산제일교회에서, 14일 서울에서 ‘세월호 참사 치유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를 연다.

18일 주일은 ‘한국교회 애도주일’로 선포하고 전국 교회에 기도를 장려할 계획이다. 이날 전국교회는 같은 설교주제와 기도문을 공유한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치유‧회복을 위한 모금운동도 전개된다.

조만간 한국교회의 뜻을 담은 성명서도 발표된다. 이 성명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한국교회와 사회 지도자들에 책임을 묻고 각성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등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긴다.

이 연합 단체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교단과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 국가조찬기도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미래목회포럼, 안산시기독교연합회,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등이 참여한다.

한교봉은 자체적으로 향후 2년 동안 ‘피해자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목회자와 사회복지사, 상담사 등을 동원해 전문가 그룹을 구성할 방침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앞으로 2~3년 동안 지역교회와 협력을 통해 ‘치유 프로젝트(Healing Project)’를 진행한다. 지역교회 중심으로 치유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안산지역 목회자들과 유기적인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감은 지난 1일 ‘세월호침몰사고감리교대책위원회’를 통해 ‘안산 힐링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힐링센터를 통해 트라우마에 빠진 피해자와 가족은 물론 지역 주민 등에게도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이다. 센터는 단원고 옆 명성감리교회 내에 설치된다. 센터는 감리교 본부가 한국상담심리센터와 연세대상담센터에서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 운영한다.

기독교 NGO단체인 굿피플(회장 안정복)은 지난 4일 이스라엘 심리치료 민간구호기관인 이스라에이드와 트라우마 치료 지원 협약을 맺었다.

이 단체는 테러와 전쟁 등 공포와 불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유태인들을 돕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이들은 2001년 미국 911테러,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년 일본 대지진, 2013년 필리핀 하이옌 태풍 등 각종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파견됐다.

이번에는 굿피플과 협력해 피해자 치료는 물론 안산과 서울에서 심리치료 전문가들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전문가 훈련에 협력할 예정이다.

천주교계에서는 수원교구(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개인‧가족 단위로 상담을 통한 ‘영적 돌봄’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천주교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불교계는 지난달 21일 진도군실내체육관에 법당을 설치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신행과 상담, 정서지원 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