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30 재보궐선거는 역대 최대급으로 예상된다. 의원직 상실형으로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지역구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20곳에서 재보선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치러지는 6.4 지방선거에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출마한 탓이다. 그러나 ‘중진 차출’이니 ‘빅 매치 카드’니 하는 현란한 정치적 수사 뒤엔 재보선 규모 확대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재보선 확대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선택에 따른 것이지만, 그 부담과 계산서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재보선 규모가 커질수록 국고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선거구당 10억 원에 가까운 관리 비용이 투입된다. 20곳이면 무려 2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게 된다. 물론 중도에 의원직을 사퇴하는 의원은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공짜 갈아타기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직을 던지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회의원직이 마치 정치인 개인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기 위한 정거장 정도로 전락한 듯하다.

재보선의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논란이 되자 정치권에서도 일부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재보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도 재보선 원인 제공자의 추천 정당으로 하여금 선거 경비 일부를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두 법안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한다.

비용 문제와 함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도의적 책임 문제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선출직의 중도사퇴는 그를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약속 위반이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표를 줄 때는 끝까지 그 직을 잘 수행하라는 의미다. 중간에 그만 둘 사람을 뽑고 싶은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 때문에 지역구를 한낱 징검다리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이런 문제에 눈과 귀를 닫아선 안 된다. 국회의원 배지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기회를 독점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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