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경기에서 박승희 선수가 이탈리아, 영국 선수와 엉켜 넘어지면서 중국의 리지안루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박승희 선수는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완주해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박승희 선수에게는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리지안루 선수에게는 어부지리였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2연패를 저지하고 금메달을 가져간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 최고의 행운아였다. 친러시아 심판진의 일방적인 편파 판정 덕분이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기대주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금메달의 주인공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만 미터 경기에서 이승훈 선수는 자신보다 4초가량이나 앞선 크라머 선수가 실격하는 바람에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크라머 선수는 황당했겠지만 이승훈 선수에게는 행운이 따랐던 것이다. 이승훈 선수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이 종목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반대로, 필연적으로 따르는 악운을 징크스라 하는데,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 양키스에 얽힌 징크스가 유명하다.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진다는 것이었다.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1952년과 1956년에 우승하자 공화당 아이젠하워가 내리 승리했고, 1960년과 1964년, 1976년 패배하자 민주당의 케네디, 존슨, 카터가 당선됐다. 1996년 양키스가 우승했지만 결국 민주당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 징크스가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래도록 양키스 징크스를 기억했다.

야구에서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기도 하고, 축구에서는 상대의 자살골로 질 뻔한 경기를 이기기도 한다. 약한 상대를 만나 쉽게 이기기도 하지만 강한 팀들과 한 조가 돼 진땀을 쏟기도 한다. 만년 벤치 신세였던 선수가 주전의 부상으로 얼떨결에 경기에 나섰다가 영웅이 되기도 하고, 펄펄 날던 선수가 구설수에 말려 비운의 스타로 전락하기도 한다.

땀 흘린 만큼 성적을 거두는 정직함이 스포츠의 매력이고 참다운 가치라고 하지만, 예기치 못한 행운과 불행도 스포츠의 묘미다. 노력과 성취의 비례라는 아름다운 덕목과 함께 뜻하지 않은 행운과 불운으로 승부가 갈리는, 운명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빚어지곤 한다. 그래서 스포츠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스포츠뿐 아니라 인생도 예측불허다. 그래서 위험하지만 그 때문에 또한 재미있는 게 인생이다. ‘군주론’으로 철권통치를 역설했던 마키아벨리도 공직에서 쫓겨났을 때 카드와 주사놀이로 도박을 하면서 세월을 죽였다. 그는 탐욕적인 게임 플레이어였으며, 도박장의 경험과 여러 연구들을 통해, 역사적 사건들은 재능이 아니라 전적으로 운에 의해 결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 해서 운이 따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누구는 돈벼락을 맞는다는데 왜 나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일까. 가루 팔러 나가는 날 바람 불고, 소금 팔러 가는 날 비가 내린다. 시집가는 날 등창 나고, 내 앞에서 표가 매진되고, 오랜만에 탄 KTX는 역방향에 가족석이다. 하지만 인생이 늘 이렇게 운수가 없는 것만도 아니다.

얼마 전 경남 진주 어느 농가 비닐하우스에 운석이 떨어졌다. 운석이 금덩어리보다 몇 배는 더 값이 나간다고 하니, 이 돌을 발견한 사람은 마른하늘에서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다는데, 황금보다 더 귀한 이 돌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제 봄이다. 춥다고 난리쳐도 결국 봄이 오고 말았다. 그런 것처럼, 우리들 인생에도 쨍하고 볕 들 날 있다. 반드시 있다. 그러니, 모두 힘을 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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