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신학기 증후군이란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각종 스트레스 현상을 말한다. 신학기 증후군은 왜 나타날까? 누구나 다 낯선 환경, 특히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은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일부 아이들은 기질적으로 걱정과 불안의 성향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른바 ‘천천히 달구어지는 사람(slow warmer)’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밖에도 아이들을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요인은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예: 왕따, 괴롭히는 아이, 지나친 경쟁 등), 선생님과의 관계 문제(예: 선생님의 지나친 꾸중,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 등), 부모와의 관계 문제(예: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부모의 높은 기대 등), 학업 자체의 어려움(예: 특정 과목을 어려워함, 학습의 양이 많아짐 등) 등이 있다.

신학기 증후군은 주로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8세 때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시기에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것은 유치원 때와 다르게 보다 더 엄격하고 규칙적인 집단생활에의 시작을 의미하므로 적응이 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초등학교 4학년은 보다 더 교과 과정이 어려워질 뿐더러 아이들의 발달적 측면에서도 단순한 논리적 사고 체계를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는 시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이들도 생각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신입생 역시 상급 학교 진학에 따른 스트레스가 매우 클 것으로 볼 수 있다.

신학기 증후군은 각 영역별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먼저 정서적 영역이다. 불안, 우울, 분노, 짜증, 무기력 등의 부정적 감정들이 나타난다. 둘째, 행동적 영역이다. 떼쓰기, 반항, 공격적 행동, 과잉행동, 행동이 느려짐 등의 증상들이 생겨날 수 있다. 셋째, 인지적 영역이다. 주의집중력의 저하, 기억력의 저하, 이해력의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넷째, 생리적 영역이다. 불면 또는 과다수면, 식욕저하 또는 폭식 등 수면과 식사 습관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섯째, 신체적 영역이다. 잦은 복통, 두통, 메스꺼움, 설사, 변비, 소화불량,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한다. 심리적 원인 또는 스트레스에 의한 이러한 통증이나 신체적 불편은 의학적 검사상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기에 ‘신체화’ 증상이라고도 표현한다.

아이가 신학기 증후군을 호소할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아이가 힘든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여러 가지 자세한 질문들을 던지고, 아이가 어떠한 말을 하든지 간에 부모가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아이의 솔직한 대답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증상일 때 병원을 찾아야 할까? 학교 등교를 거부하거나 부모의 노력에도 각종 증상들이 사라지지 않을 때 병원을 찾는다. 대개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심리치료와 함께 부모의 적절한 대응방법을 일러주는 부모 교육이 이루어진다. 심리치료는 면담치료, 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행동치료 등의 종류가 있다. 증상의 정도가 중등도 이상이라고 판단되면 약물치료가 함께 이루어진다.

신학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은 무엇일까? 먼저 위로와 공감의 말이 제일 중요하다. “네가 힘들다고 하니까 엄마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해주자. 그런 다음에 엄마의 안심시키기 또는 도움의 약속이 중요하다. “이제 엄마가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안심해” 또는 “엄마가 너를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을 해 준다. “조금 지나면 나아질 것이야.” “지금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 다 잘 해결될 것이야.” 이와 같은 부모의 진심어린 격려의 말이 아이가 신학기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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