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 교제가 늘겠군” 아무리 봐도 심사가 뒤틀린 말이다. 15일 삼성그룹이 신입사원 채용 제도를 개편하면서 ‘대학 총·학장 추천제도’를 도입한다는 데 대한 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총장이나 학장의 눈치를 보게 되고,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주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 제도는 전국 200개 대학의 총·학장으로부터 한 해 5000명가량의 우수 인재를 수시로 추천받아, 이들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곧바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을 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다만 추천을 받았더라도 SSAT 시험에 떨어지면 ‘삼성맨’이 될 수 없다.

물론 삼성의 제도 개편 취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공채 과열 양상을 해소하고, SSAT를 겨냥한 입사 사교육 등의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SSAT 응시 인원은 한 해 20만 명에 이른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험서 종류만 60여 종이고 ‘삼성고시’를 대비한 사설 학원 수강료도 최고 25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스펙 쌓기와 취업 사교육의 폐해가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오히려 서류전형과 추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 많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뜻은 좋은데 비리가 안 생겼으면 좋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단편적인 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느냐”고 한다. 특히 지방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학벌·스펙 등이 수도권 대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대기업 취업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공은 이제 대학으로 넘어갔다. 추천권이 대학 총장에게 주어진 만큼 추천과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주관이 개입된 추천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일이다.

획일화되고 화려한 스펙보다 전문성 있는 인재를 찾는 ‘열린 채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말 그래도 열려 있는 채용이 되길, 그리고 기대로만 끝나는 이벤트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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