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광희문길 노란건물에 가례헌이라는 국악예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 김형철 명창. ⓒ천지일보(뉴스천지)

허름한 계단에 잠시 머쓱해지지만, 두세 층을 지나 맨 끝 층으로 올라가면 예상 밖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가례헌은 사단법인 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로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 선생이 설립한 국악예술관이다.

무대와 관객석이 가까워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얼씨구’ ‘좋다’ 하며 시키지 않아도 절로 추임새가 흘러나온다.

이곳에서 손수 만드는 저녁과 공연 뒤 나오는막걸리와 파전이 분위기에 한몫을 더한다.

성경판소리를 알리기 위해 가례헌을 찾은 김형철 명창은 “이렇게 공간 안에 어우러지는 문화가 우리의 무대”라고 말한다.

가례헌의 무대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가운데 지난 10일에는 김형철 명창의 ‘모세전’과 박정욱 명창의 불가소리 ‘회심곡’이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김형철 명창의 ‘모세전’은 성경 속 인물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의 군대에게 쫓기는 장면을 판소리로 흥미진진하게 풀어갔으며 박정욱 명창은 ‘회심곡’에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불가의 소리로 전해주었다.

두 분야 모두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장르의 곡으로서 특히 김 명창의 판소리 창극은 부르는 이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김 명창은 앞으로 성경전체를 판소리로 불러 세계에서 제일 긴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세계 그 어느 나라든 자신의 언어에 맞춰 노래를 만든다”며 “하나님이 한국인에게 한글을 주어 노래 할 수 있도록 재능을 준만큼 우리는 우리의 소리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4일 열리는 107회 가례헌의 목요일밤 공연은 ‘서울 긴 잡가’와 판소리 ‘춘향가’, 경기민요와 태평무 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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