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박명화)

“화려한 말로 꾸미기보다 기본에 충실해 진심 전하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013년을 마감해야 하는 연말이 됐다. 송년모임과 안부를 묻는 연락이 줄을 잇는다. 이때만큼은 연락이 뜸했던 지인일지라도 인사할 명분이 충분하다. 또 이를 계기로 더욱 친밀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기도 쉽지는 않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형식적인 인사가 되지 않을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인사 하나로 상대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순 없을까. 송년 안부 인사를 통해 예의 바르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어보자.

◆안부인사하는 데도 기본이 있다?

안부 인사를 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만나서 마음을 전하거나 연하장 보낸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보내는 간편한 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직접 대화를 하는 경우가 가장 수월하다. 말을 하는 사람이 앞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말을 하면서 듣는 사람의 반응과 상태를 살피고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표현을 했다면 취소할 수도 있고, 말을 고쳐서 다시 할 수도 있다. 변명도 할 수 있다.

다음 사항을 기억한다면 말실수 때문에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먼저 대화 상대에 따라 칭호, 말씨, 어휘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경우에 합당한 말이 빛을 보게 된다. 그다음은 표정이다. 감정을 평온하게 갖고 표정을 부드럽게 하자. 말은 소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대화 장소의 환경과 상대의 성격, 수준을 고려해 화제를 고르자.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유도하는 것도 의사소통의 기술이 될 것이다.

또 조용한 어조, 분명한 발음, 맑고 밝은 음성, 적당한 속도로 말해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 듣는 사람의 표정과 눈을 주시해 반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가 질문을 하면 자상하게 설명하고, 의견을 말하면 성의 있게 들어주자.

표정과 눈으로도 말하는 진지함을 잊지 말자. 남의 이야기 중에 끼어드는 것은 금물이다. 중요한 것은 화제가 이어지도록 간결하게 요점을 말해 중언부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도 예의를 갖추자. 말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다. 표정·눈빛·몸으로도 듣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르고 공손한 자세와 평온한 표정으로 듣자. 그리고 상대가 알아차리도록 은근하면서도 확실하게 반응을 보여주자. 대화의 윤활유가 될 것이다.

말허리를 꺾으면서 끼어들지 말자. 의문이 있으면 말이 끝난 뒤에 물어도 늦지 않는다. 질문을 하거나 다른 의견을 말할 때는 정중하게 말한 사람의 양해를 구하자. 듣는 중에 의문이 나는 점은 메모를 해두는 것이 좋다. 대화 중 자리를 뜰 때는 양해를 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하자.

◆안부 전화를 할 때 이것만은 유의하자

전화 예절은 직접 대화 예절보다 어려운 면이 있다.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말이 되기 쉽고, 상대방의 기분을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편이 말로 표현해야 비로소 상대방의 반응을 알게 되기에 조심스럽고 말을 하면서도 불안할 수도 있다.

전화를 걸 때는 용건을 미리 정리해 짧은 통화가 되게 하자. 상대가 전화를 받으면 먼저 전화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용건을 말하자. 특히 휴대전화는 상대가 운전을 하고 있는 등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기에 꼭 통화가능 여부를 묻자.

용건이 끝나면 정중하게 인사하고 전화를 끊겠다고 예고한 다음 끊자.

안부 전화를 받을 때에는 걸려온 전화이기에 자신의 용건을 장황하게 말하지 말자. 휴대전화는 회의 중 조용히 해야 할 곳에서는 착신음 소리가 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자. 또 자기가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는 주변 상황을 살펴 큰 음성을 삼가고 가급적이면 안심하고 전화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자.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응대를 해주자. 전화 받기가 위험하거나 불편한 장소, 상황이면 정중히 상황을 말해 양해를 구하고 끊자.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말자.

◆선조들의‘예’를 갖춘 안부 편지는 어땠을까?

직접 대화를 하거나 전화를 하면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지만 편지는 일방적으로 이쪽의 말만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별히 예절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친구 간에도 경어를 쓰는 등 각별하게 예절을 지켰다.

편지는 받는 사람이 불쾌하거나 궁금증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 편지는 제 구실을 못한 것이 된다. 간략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지 말고 정중한 예의를 갖춰 쓰고, 다시 읽어 소홀함이 없게 하자.

우리 선조들은 상대방에게 안부 편지를 보낼 때 어떻게 했을까. 먼저 편지에 쓰는 용어는 직접 대화를 할 때보다 간절하고 정중한 용어를 썼다. 대화 시에는 ‘아버지’ ‘어머니’라 했지만 편지에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썼다.

친구도 직접 대화할 때는 ‘야’ ‘너’ ‘자네’ ‘여보게’라고 했지만 편지에서는 ‘형’이라고 썼다.

편지첫 머리에는 받는 사람을 쓰고, 계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후 상대와 주변의 안부를 물었다. 일테면 ‘요사이 화창한 봄날이온데 아버님 어머님 기력 강령하옵시고, 동생들도 건강하게 공부 잘하는지 궁금하옵니다’라는 식이다.

그 다음 자신의 안부를 전하고, 말하고자하는 용건을 써내려갔다. 반드시 시작하는 말은 ‘아뢸 말씀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이라고 시작했다. 끝인사는 상대편이 더욱 안녕하길 기원하는 말로 끝맺음을 했다. 제일 마지막은 편지를 쓴 날짜와 받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자신의 신분을 기록했다.

편지 봉투는 편지를 받는 사람이 가장 먼저 보기에 글씨를 바르고 깨끗하게 썼다. 군대에 있는 아들이 부모에게 편지를 쓸 때는 부모의 이름을 직접 쓰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쓰고 ‘본집’이라고 기록했다.

부모나 조부모의 집이 자기 집이 아니라 ‘본집’이라 쓸 수 없을 경우에는 어른의 성(姓) 글자 다음에 작은 글자로 ‘함(銜)’이라 쓰고 이름 글자를 연이어 쓴 후 ‘좌하(座下)’ 또는 ‘어른 댁’이라고 썼다. 일테면 ‘김(함) 갑식 어른 댁’이라고 썼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예를 갖춘 인사를 적절하게 전한다면 더욱 신뢰를 얻고 돈독한 대인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선조들이 갖춘 편지 예절을 적용해 연하장을 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올해 말과 내년 초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예를 갖춰 인사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한국전례연구원 ‘실천생활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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