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착한 아이 증후군’이란 ‘착한 아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 ‘착한 아이’가 되고자 내면의 진정한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착한 아이’여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착한 아이’라는 확인을 받고자 늘 전전긍긍해하거나 불안해하기 때문에 결국 행복하지 않은 것이 문제점이다.

7세 남자아이인 동현(가명)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이 모두 인정하는 소위 ‘착한 아이’다. 동현은 친구들과 다투는 법이 없다. 항상 양보를 하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가 있다. 선생님의 말씀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듣고 따른다. 그런 동현에게 최근 두 가지의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유치원 수업 중에 동현이가 팬티에 변을 지렸던 일과 또 하나는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온 동현이의 얼굴에 긁힌 상처가 생긴 일이었다.

유치원을 찾아간 엄마는 선생님께 물어봤지만 대변사건은 아이가 마음을 다칠 것 같아 물어보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었고, 얼굴의 상처는 다른 아이와의 다툼이 있었는데 동현이가 전혀 대항을 하지 않아 그 아이를 야단치고 화해시켜 다시 잘 지내게 되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경험하면서 동현의 엄마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아이는 수업 시간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대변을 참았고, 싸움은 나쁜 행동이라고 여겨서 친구에게 맞고도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착한 아이 증후군’이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필자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무조건 ‘착하다’를 강조했던 엄마의 양육 태도가 바뀌었고, 아울러서 친구에게 “싫다”라든지 “그러지 마”라든지 하는 부정어를 사용하는 훈련이 병행되었다.

그렇다면 착한 아이 증후군을 예방하거나 고쳐 나가는 부모의 양육 태도는 무엇일까? 먼저 아이의 감정 표현을 북돋아야 한다. 착한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 표현(싫음, 거절, 분노, 적개심 등)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착한 아이라고 해서 늘 좋은 감정만 느끼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어떤 아이는 싫어도 좋다고 하는 등의 거짓 감정을 말하기도 한다. 이때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서 부모가 먼저 감정을 말해 주는 것이 좋다. 예컨대 “내가 너라면 하기 싫을 것 같아” 등의 말이다. 이와 같이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끔 격려한다.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항상 억압하다 보니 두통, 복통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부모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기도 하는데, 이 역시 아이는 어디까지나 아이일 뿐이므로 완벽할 필요가 없음을 가르쳐 준다.

부모는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다. 착한 아이는 항상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므로 자기주장의 능력이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자기주장 훈련을 역할극 등을 통해서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부모의 욕심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늘 주눅이 들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부모는 과도한 욕심과 기대 수준을 낮추어 준다. 그래야 매사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을 피할 수 있다. 항상 자신감이 없는 착한 아이에게 부모가 “옳다” 또는 “틀리다”라고 판단하기 전에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가 먼저 ‘착하다’ 또는 ‘나쁘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보자. 부모 입장에서의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면서도 아이가 그 지시대로 따르면 ‘착한 아이’, 따라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라고 얘기한다면 곤란하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무조건적인 순응을 보이고, 이것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까지 확장되어 ‘착한아이 증후군’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성 발달 시기의 아이들은 경우에 따라 착한 아이가 되었다가도 나쁜 아이가 될 수 있다. 착한 아이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아이로 하여금 ‘착한아이 증후군’에 시달리게 만들고, 나쁜 아이라는 것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아이의 자존감에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기 쉽다. 역설적이지만 우리아이를 ‘조금만 덜 착한 아이’로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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