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영원하다

▲ 제163회 공연을 가진‘한국좋은시공연문학회’의 회원들. 시인들의 환한 모습에서 시가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문학의 집 서울은 서울 남산 자락에서 2001년 10월 26일에 문을 열었다. 사실 그 자리는 과거에 그야말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안기부의 수장(首長)이 살던 곳이란다. 그곳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소설 같은’ 사연을 기억하고 있을까? 혹시 그들의 사연이 그곳을 문학의 집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집은 사람이 모이고 사는 곳이다. 그러므로 문학의 집은 문학이 모이고 사는 곳이다. 기자가 찾은 그날도 문학을 더 정확히 말하면 문학에 열정이 넘치는 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공연시 장르 확립’을 통해 시의 중흥을 꾀하고자 2007년 11월에 출발한 한국좋은시공연문학회였다.

회원들은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3시에 문학의 집, 서울에 모여 자작시를 낭송과 퍼포먼스 등을 하는데 시 낭송하고 대금과 색소폰(saxophone)이 멋진 음을 선사한다. 서울, 인천, 경기, 대전, 충남, 경남 등 사는 곳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하지만 오직 시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멋진 이들을 문학의 집, 서울에서 만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날 들었던 많은 시 중에서 한국좋은시공연문학회를 이끌고 있는 신규호 회장의 시를 대표로 소개한다.

시가 울고 있습니다
- ‘공연시’를 위한 퍼포먼스
신 규 호
종이 위에서 시가 울고 있습니다
종이를 벗어나 몸이 되기 위해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립니다
시는 종이가 아니기 때문에
뜨거운 살이 되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장미꽃, 이게 사랑입니까?
장미꽃은 사랑이 아니고
당신에게 바치는 이 ‘몸’이 사랑입니다
뜨거운 ‘가슴’이 사랑입니다
장미꽃은 그냥 꽃이지요
사랑은 ‘몸’이지 ‘이름’이 아닙니다
시는 종이가 아니기에
잠에서 깨어나야 하고
시들은 장미와 함께 찢어져야 합니다
몸이 되기 위해
살아 있는 몸짓이 되기 위해
노래하고 춤추어야 합니다
찢어지는 종이, 이게 시입니까?
시가 되기 위해
종이에만 담긴 시는 찢어져야 합니다
피가 펄펄 끓는 몸이 되기 위해
잠자고 있는 시를
이렇게---, 찢읍시다!

기자가 문학의 집, 서울에서 운 좋게 만난 또 다른 것은 바로 자전거였다. 그것도 실물부터 모형까지 매우 다양하고 많은 자전거들이었다. 기획전시로 마련된 문인의 취미수집전으로 ‘우희정 수필가의 자전거 소품전’이었다. 아직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작가가 자전거를 탈 때까지 계속 모으겠다는 생각으로 모았다는데, 하나하나 감상하는 동안 기자의 기억은 어느덧 1997년 여름으로 가고 있었다.

대학교 졸업반이던 그해 여름 두원사랑이라는 동아리의 일원으로 35박 36일간의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다. 경남 경산의 영남대에서 출발하여, 동해안을 타고 강릉으로 갔다가, 경기도와 전라북도를 거쳐, 전남 완도에서 남해를 따라 다시 영남대로 가는 그야말로 ‘전국일주’였다.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구간을 페달을 밟으며 두원으로 달렸다. 그때 느낀 점이 많기도 하지만 지금도 생각하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은 넓고, 가볼 곳도 많으며,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전거는 사람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주어진 시공간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자유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걷는 것보다 넓은 시야를 선사하고, 내리막길을 만나면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짧은 순간에 아주 먼 거리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 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사내아이들은 제 몸집보다도 훨씬 큰 자전거를 끌고 다녔다. 안장에 앉으면 페달이 닿지 않기에 옆으로 다리를 끼워 넣고서 말이다. 그러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위험에 처하고 때론 사고도 치면서 말이다…….

전국의 문학관 탐방을 테마로 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 간 곳이 바로 전북 고창에 있는 미당시문학관이었다. 폐교된 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이 문학관에는 운동장 한쪽에 전봇대만한 자전거가 있다. 이젠 자유의 몸이 된 시인이 타고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닐 법한 그런 자전거 말이다.

문학의 집, 서울에서 우연히 만난 자전거에서 시작한 상념이 대학 시절과 유년시절의 기억을 지나 미당 서정주 시인에게로 이어졌다. 미당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다섯 번 추천되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한 나라의 문학적 수준과 성과를 모두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하루속히 수상자가 나오기를 갈망한다.

김응용 객원기자/ haenguna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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