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극장의 일부 객석(1536석)을 포기하면서 연출해낸 ‘라까뇨뜨’의 무대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파격적인 무대였다.

▲ ‘라까뇨뜨’ 무대의 한 장면.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공연의 객석은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양면형으로 588석이 세워져 배우들은 객석 사이 공간을 무대 삼아 관객과 가깝게 호흡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관람객이 객석에 착석하면 몇 분 후 연기자들이 등장하는 종전의 무대와는 달리 ‘라까뇨뜨’의 배우들은 오히려 관객의 입장 전 무대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라까뇨뜨의 획기적인 무대연출은 프랑스의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9일~12일까지 펼쳐진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프랑스 초청작은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이 초대된 무대이다. 

시작 전 어두컴컴하고 무거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극이 진행 될수록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다소 낯선 프랑스어가 귀에 감길쯤 배우들의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19세기 프랑스 대표적인 희곡작가 외젠 라비쉬가 쓴 ‘라까뇨뜨’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작은마을 ‘라 페르테-수-주아르’(La Fert-sous-Jouarre)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연금생활자, 부농, 약사, 세금징수 관리인 등 먹고 사는데 크게 걱정이 없는 이들로서 정기적으로 상부르시의 집 거실에 모여 카드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카드놀이로 1년간 모은 돈을 가지고 파리에서의 멋진 하루를 꿈꾸며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정 중에 겪게 되는 우여곡절과 서로 간의 오해들로 인해 이들이 꿈꾸고 그렸던 여행은 점점 악몽으로 바뀐다.

지방 출신인 이들에게 파리라는 대도시는 꿈과 희망의 새로운 세상이지만, 그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된다는 내용이다.

극은 약 2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진다. 지루할 듯,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것은 한국관객들과 프랑스 배우들의 서로간의 배려이다.

▲ ‘라까뇨뜨’의 파격적인 객석 배치. ⓒ천지일보(뉴스천지)
보여주기 위한 단순한 공연이 아닌 프랑스인의 익살과 해악, 삶의 단면을 교류하는 양국의 소통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와 관객석의 가까운 밀착력은 그러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준다.

‘라까뇨뜨’의 또 하나의 재미는 무대연출이다. 작품의 오브제로 사용되는 긴 테이블 6개는 공간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구조물로서 관객은 지루할 틈 없이 무대의 변화를 꼼꼼히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배우들이 직접 극의 상황에 맞춰 연주하는 모습과 여러 공간에 흩어져 함께 노래를 부를 때는 새로운 무대연출의 효과를 확실히 느껴볼 수 있다.

곧 만나볼 수 있는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해외 초청작에는 18일~19일 달오름 극장에서 펼쳐지는 벨기에의 ‘올르론과’  26일 나폴리 산카를로 국립극장의 오페라 갈라 ‘투란도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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