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피해 소비자에게 보낸 내용증명. ⓒ천지일보(뉴스천지)

사과 한마디 없는 내용증명
명확한 사유도 밝히지 않아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부산의 한 유치원에 종사하는 A씨(40대, 여)는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한통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서비스요금전액을 환불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이었다.

하지만 A씨는 당최 무슨 이유로 삼성 측이 환불해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용증명에는 단지 ‘오청구’되어 환불을 받으라는 내용만 적혀있지 사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답답했던 A씨는 평소 A/S를 받아왔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직원에게 내용을 물어봤고 그 직원은 중고부품을 새부품으로 속여 팔았던 것에 대한 환불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제서야 A씨는 오청구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정황을 알게 된 A씨는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삼성의 태도에 분노했다.

중고부품을 새부품으로 속여 팔아 논란이 됐던 삼성전자가 이처럼 또 소비자를 상대로 꼼수를 부리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이 이번 환불을 시행하게 된 사유가 소비자들을 속여 일어난 일인 만큼, 이에 대해 정확한 고지와 사과가 필요함에도 설명은 없이 ‘돈만 돌려주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언론보도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PC 메인보드 수리 시 소비자에게 중고품(R급)을 새제품인 정품(A급)으로 속여 판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소비자는 약 1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A급 메인보드의 가격이 15만 원대이고 R급은 A급의 절반 정도 가격이다. 결국 고객들은 2배나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중고품을 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거둬들인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자사 공식블로그인 ‘삼성투모로우’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문제가 된 해당 모델의 A급 유상수리를 받은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수리 금액 전액을 환불하기로하고 해당 소비자에 개별 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개별 공지 과정에서 또 한 번 소비자들에 꼼수를 부린 것. 삼성전자가 전액 환불하겠다며 소비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지만, 환불 사유는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보낸 내용증명(서비스요금 오청구 환불진행 건)에 보면 환불에 대한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내용증명 우편물에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 받으신 후 지불하신 서비스요금 일부가 오청구되어 이에 해당하는 서비스요금 전액을 환불 진행한다”고만 쓰여 있을 뿐, 자사의 잘못으로 인해 중고부품이 사용되어져 있다는 내용이나 사과의 문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오청구’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한 기사는 “이 내용증명만으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환불 사유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애매모호하게 표기해 고객들이 인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심유경 YMCA 소비자팀 간사도 “이럴 경우엔 오청구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정확한 내용을 소비자에게 밝혀야 한다”면서 “중고품을 정품으로 속여 판 사실을 내용증명에 포함해 더 이상 소비자들을 기만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용증명) 문구는 나름 최선으로 만든 것이고 (오청구)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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