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수호 디딤무용단 국수호 예술감독 인터뷰

▲ 국수호 선생(오른쪽).

가야국의 탄생과 삶과 죽음을 춤으로 복원해낸 국수호 감독은 가야에 대한 상세한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춤극 ‘가야’를 준비하면서 역사적 고증을 위해 김해 지역은 물론 일본을 넘나들며 현장탐방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천년 왕국 가야의 건국과 삶, 음악과 예술, 문화를 담은 춤극 가야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는 “역사학자들이 연구해 놓은 30권의 책을 살폈지만, 각기 주장하는 바가 달라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러나 민속학자들이나 향토사학자들이 그렇게라도 밝혀 둔 것이 없었다면 가야를 재발견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30권의 서로 다른 의견과 주장을 국 감독은 가감 없이 전부를 인용해 하나의 통일된 가야의 역사로 편집했다. 어렵게 복원 과정을 거친 가야의 모습을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춤극 ‘가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가야인의 현명함을 우륵이 가야금에 담다

가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우륵’이라는 인물로 국 감독이 가야의 춤을 복원하면서 가장 주목한 인물이다.

가야는 악(樂)을 중시하는 나라였다. 가실왕이 우륵에게 지으라고 명한 우륵 12곡은 가야가 망해갈 때 다시 살 수 있는 하나의 국시(國是) 일환으로 탄생  했다.

어떤 악기로 이 음악을 지었을까? 신라의 악기로 알려진 가야금은 원래 가야인의 악기였다. 가야인의 현명함이 들어있다고 하는 가야금은 우륵이 갑자기 만들어낸 악기가 아니다. 가야에는 우륵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두 줄이나 세 줄로 된 악기가 존재했고 우륵은 이 악기를 모태로 가야금을 재창조한 것이다.
국 감독은 가야금을 매우 과학적인 악기라고 소개한다. 우륵이 만든 가야금에는 우주관, 내세관, 자연관이 다 들어있다.

가야금의 악기가 부분마다 가지는 뜻은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가야금의 윗둥이 둥근 것은 하늘을 의미하고 밑판이 평평한 것은 땅을 의미한다. 그 안의 공간은 인간을 상징한다.

평판 위에 안족이 있는데 이것은 기러기의 다리를 뜻한다. 기러기의 다리가 12개로 위치를 잡고 있고 그것이 12개의 줄을 지탱한다.‘안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러기 ‘안(雁)’자를 쓰는데 그 이유는 가야인들이 기러기를 ‘영혼을 하늘로 전달해 주는 영혼의 전달자’로 믿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야인들은 순장을 할 때 기러기 토기를 같이 묻었다. 기러기 다리 12개는 12달을 의미했고 계절의 변화를 12음계 음의 변화를 표현한 것이다.

가실왕은 악(樂)을 통해 국민을 다스렸다. 때문에 가실왕의 악(樂)은 국민을 다스리는 마음이었고, 국가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당시 악(樂)을 정리하는 우륵은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국 감독은 “우륵은 무속의 힘을 가진 지도자적 입장이었을 것”이라며 “우륵의 이러한 입장은 단군의 입장과 같다는 정설이 있다”고 전했다.

단군도 하늘의 계시를 받아 전하는 민중의 지도자로 이는 ‘樂’을 파자해 보면 의미가 정확해진다. 풍류 ‘樂’을 파자해 보면 흰 ‘백(白)’자에 나무 ‘목(木)’자가 받쳐 있고 양쪽에 나뭇가지 두 개를 들고 있는 형상이다. 그는 이것을 “땅을 딛고 서서 하늘의 계시를 받아 하늘의 영혼과 교감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결론적으로 우륵은 하늘과 땅, 우주의 이치를 깨우친 사람의 하나였던 것이다.

국 감독은 “가야는 삼국보다 현명하고 자연친화적이었으며 바다와 육지를 같이 다스린 국가로 신라에게 있어서는 문화적인 모태가 되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가야인은 탄생도 중요시여겼지만 죽음을 대단히 중시해 ‘순장’이라는 특징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순장 때문에 가야인은 악(樂)의 문화도 음악, 춤도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국 감독은 “지성인이라면 가야인의 현명함을 본받고 그 문화를 중시해야 한다”며 “우리보다 먼저 시대를 살았던 한국인의 가르침이고, 우륵의 그러한 가르침을 생각하며 ‘가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문화콘텐츠 발굴은 역사의 재발견에서 시작

앞으로도 국 감독은 “무용가의 가치가 이 사회에 존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며 “전통을 창작해서 재발견하고 세계화 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가야춤에 이어 고려, 조선, 무속, 불교, 유교 춤까지 정리하고 사랑에 얽힌 희노애락을 담은 춤극 오대가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취지와는 다르게 쉽지 않음은 사회적 여건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들의 관심을 전통이란 이유로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춤의 문화 콘텐츠화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가야춤을 활성화 시켜 김해와 경상남도 지역의 전통을 상품화 하고, 백제춤을 공주나 부여에서 상용화 시키며, 고구려 춤은 평양에서 북한과 대화할 때 선보인다면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 감독은 행정가들의 ‘우리 문화는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과 ‘달콤한 흑사탕처럼 감정으로만 치닫는 문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몸이 중요한 만큼 자신의 문화가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새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몸만 명품으로 두르고 자기의 문화는 하녀처럼 취급한다면 참다운 지성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느 시대건 국가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중의 삶 속에서 숨 쉬는 문화가 존재했기 때문이며 조상이 만들어 놓은 핏빛 문화를 부끄러워하거나 무시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에게 스며있는 핏빛의 요소가 지금의 한국인들이 잊고 사는 한국의 문화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가야.

 

국수호 프로필

-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 2002월드컵 개막식 총괄안무 및 공연
- 한국예술평론가 협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인물
- 현 (사)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
-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서울예대 중앙대 무용학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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