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 이 창 식
한 줌의 모래 한 알 한 알 내리며
어머니는 그렇게 달빛에 시들어 간다.
그리움이 저녁 무렵 그래도 누굴 기다리듯
애타는 눈길 세월 속으로 많은 게 날아간다.
풍상의 욕망도 밤새고 나면 텅텅 비어가는 구부능선
그 고개 너머 또 다른 다른 모양으로 절집을 짓고 있다.

나는 그 곳을 어머니절이라고 부르며
싱싱한 생명줄을 잡듯이 어머니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절로나며 눈물을 누가 탓할까. 누가 막을까.
어머니라는 소리로 잠들고 싶은 천 년 마당에서
달빛을 받으며 아름다운 절집 마당 풀꽃으로
때로는 청보리 냄새 그 아득한 고향집에 머문다.
육신이 소진할수록 마음이 환해지는 어머니 모래시계.

어머니는 모래시계같은 절 하나 적선하고서
달빛 흘러드는 절집 황토방에서 아무도 모르는 속마음
조심조심 꺼내놓고 님의 노래를 주문처럼 듣는다.
모래 한 알 한 알 빠져나가듯이

어머니의 생명 지수 닳아지고
자국의 이끼 벗겨지는 구부능선
그 동행길에 나도 부질 없는 마음을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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