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PC 메인보드 수리시, R급→A급 둔갑시켜 사용

▲ (사진출처: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삼성전자가 수년간 중고 부품을 새 부품으로 속여 판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한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일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PC 메인보드 수리 시 소비자에게 중고품(R급)을 새 제품인 정품(A급)으로 속여 팔고 있었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는 메인보드를 A급과 R급으로 분류한다. A급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새 제품을 말하고, R급은 불량품을 수리한 것이나 기존 제품에서 떼어내 다시 제조한 중고부품을 일컫는다.

중고 제품임에도 A급 제품으로 버젓이 둔갑해 서비스센터로 유통된 메인보드 종류는 BA59-02213A와 BA59-02139A 등 3종류로 확인됐다. 해당 메인보드를 적용한 삼성 제품은 2007~2009년 출시된 매직스테이션(DM-Z69, DM-Z68, DB-A70, DB-Z68, DB-Z70, DB-Z73, DB-P70, DB-P73 등) 8개 모델이다.

문제는 이처럼 해당 메인보드를 유상으로 수리받은 이용자가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점이다. A급 메인보드의 가격이 15만 원대이고, R급은 A급의 절반 정도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들은 2배나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중고품을 받은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처럼 부품을 속여 판매함으로써 수억 원의 부당 이득을 거둬들인 셈이다.

A급으로 둔갑한 R급 중고 부품에는 손으로 직접 써넣은 ‘r’이라는 글자가 표시돼 있는가 하면 PC 사용 시 발생하는 열로 인해 부품이 누렇게 변색돼 있기도 했다. 또한 R급 메인보드를 탑재한 후 PC를 부팅하자 상자 밖에 포장돼 있는 번호와는 다른 제품의 제조번호가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BA59-02213A 메인보드의 경우 중소 협력업체의 포장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해당 부품은 원래 대만 업체를 통해 들여왔지만 해당 업체와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수리에 사용되는 메인보드를 국내 한 중소 협력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번 문제는 해당 업체가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R급을 A급으로 잘못 포장해 납품하면서 발생했다는 게 삼성 본사의 주장이다.

협력사를 통해 들여오는 A급 메인보드 제품의 경우 검수 과정에서 상자에 붙은 라벨만 확인하기 때문에 상자 안에 담긴 내용물이 R급인지 A급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

김학철 삼성전자 품질운영그룹 부장은 “회사의 관리 소홀로 A급과 R급이 일부 혼용되어 사용됐었다”며 “이번 문제 보드의 혼용에 대해서는 어떤 경위에서 발생했는지 재제조 업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전·현직 직원들의 주장은 달랐다. 이미 삼성전자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센터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이 중소업체를 통해 자사의 메인보드 부품을 받아오면서도 제대로 된 검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외주업체에 부품 공급을 의뢰했을 경우 외관검사뿐 아니라 전수검사는 필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직원 역시 “수원에 교육을 받으러 가서도 본사 관계자에 R급 자재가 유통되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었다”며 “삼성에서 모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서비스선테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는 또 다른 직원은 “이렇게 중고품을 속여 팔아온 건 최근 1~2년 사이의 문제가 아닌 수년 넘게 지속됐던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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