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논란에 금융감독 책임론 거셀 듯

▲ 서울 중구 청계천로 ㈜동양 본사 모습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동양그룹 내 3개 계열사가 지난달 30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들 회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CP와 회사채는 기업이 긴급한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회사채는 보통 3년, CP는 1년 미만의 만기로 이자가 높은 편이지만, 만약 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은 개인투자자다. 실제 현재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들의 회사채와 CP 보유자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총 4만 7000여 명으로 1조 4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대부분 투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회사채, CP의 경우 원금 보장이 되지 않아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또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이들 기업의 채권·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만기가 돌아와도 투자자들은 당장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손실을 입게 된 개인투자자들은 동양증권이 투기등급의 동양그룹 계열사의 채권을 팔면서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권했다며, 불완전판매로 보고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및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해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를 권유하는 금융사 직원은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 투자 판단을 위한 중요사항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다.

또 고객의 투자성향, 투자목적, 투자경험 등을 파악해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가입시켜야 한다. 이를 위반했다면 불완전판매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로부터 투자권유를 요청받지 않고 방문, 전화 등으로 권유한 행위도 위반사항이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4일간 동양증권 CP와 회사채에 대한 불완전판매 피해 사례는 1000건 정도 접수됐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주부·여성이 많았으며, 특히 ‘원금손실도 없고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금융사의 광고에 CP를 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소원은 이를 근거로 동양증권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조남희 대표는 이날 “이번 동양증권 사태는 저축은행 사태처럼 ‘불완전판매’ ‘사기판매’ 등이 많이 존재했다”며 “동양증권이 수만 명에게 부실한 계열사의 자금조달 통로 역할을 하면서 개인 거래고객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전국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동양그룹이 개인투자자들에게 CP와 회사채를 대거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은행 대출을 갚아 감독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때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금융당국은 피해자 사연이나 피해 사태에 대해 단순히 영업점이나 어떤 서류만 점검해 불완전판매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이런 형식적인 조사는 미리 불완전판매가 없다는 것을 방어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입증하면 일부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법정관리로 간 기업들이 발행한 CP나 회사채가 불완전판매로 인정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어음을 판매해 온 동양증권이 투자설명서에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임을 명시했음에도, 투자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서명을 했다면 투자자의 책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금소원은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수 있는 직원과의 통화내용, 근거자료, 제출서류의 사본, 객장에서의 상황과 녹취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녹취를 한 게 아니라면 사실상 불완전판매 여부는 가려내기 쉽지 않다.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한다면 법정관리 후 법원이 정한 배당금에 따라 일부 회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이미 수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CP 발행 자금으로 운영자금을 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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