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눈이 오겠지?’ 곰은 또 생각했어요.
“나비가 차가운 눈을 맞지 않게 하늘 꼭대기에 멋진 집을 지어 줘야겠어.”
“곰아 이렇게 높은 데는 처음이야 너무 무서워” 나비가 소리쳤어요.
동화 속 주인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각기 다른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는 어르신들. 게다가 판자 인형극까지 한바탕 펼쳐졌다.
2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책 읽어 주는 실버문화봉사단 ‘북북(Book-Book)’의 발대식에서 그동안 교육 받고 직접 제작한 인형자재로 실습까지 마친 어르신들이 동화 인형극을 선보였다.
지난 7~8월까지 문화교육을 수료한 24명의 실버문화봉사단은 가장 연세가 적으신 분이 60세인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고 활기찬 모습으로 이날 행사에 임했다.
발대식에서는 실버문화봉사단 선언문 선포, 실버문화봉사단 임명, 활동기관 배치 등이 이뤄졌다.
딸이 신청해줘서 이번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는 김난자(60, 화곡동) 씨는 봉사단의 막내다. 김난자 씨는 “젊은 엄마들이랑 있을 때는 내가 나이 먹은 것이 느껴졌는데 이곳에 오니까 ‘나 아직 젊구나’란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 책을 판매했던 직장 경력으로 인해 책 읽어주는 재미에 푹 빠진 김난자 씨는 “실버문화봉사단 교육을 받는 시간이 기다려졌다”면서 “처음에는 너무 의욕만 앞섰는데 동화 속 주인공을 표현해 보면서 감정도 풍부해지고 주변에서도 밝아진 내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버문화봉사단은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1회씩 저소득층 아동과 시설의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활동을 펼친다. 11월부터는 대전, 전주, 원주 3개 지역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각 지역별로 대전은 별 천문학을, 전주는 전래동화를, 원주는 지역전설과 신화를 주제로 책을 선정하는 등 책 읽어 주는 실버문화봉사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김동순(61, 부평) 씨는 “이제 육체적인 힘이 필요한 봉사는 힘들다”며 “책을 통해 문화를 나누는 문화봉사가 제격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김동순 씨는 “뒤돌아서면 자꾸 까먹어서 교육 강사님들에게 미안했는데 칭찬과 격려로 세심하게 알려줬다”고 교육 강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실버문화봉사단의 방문을 희망하는 기관(지역아동센터 및 노인시설)은 각 지역 주관처로 신청하면 되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문화복지협의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프로젝트 메니저 이경아 씨는 “어르신분들이 워낙 참석도 꾸준히 하시고 열의가 대단하셔서 교육 프로그램을 잘 종료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3~4명이 한 조가 되어 총 7팀으로 구성됐는데 어르신들이 책을 읽어주기 위해 필요한 활동교구를 직접 만드셨다”며 “큰 책이나 인형들은 시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감수성도 전달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존의 어르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안 된다”며 “활력이 넘치시고 에너지를 발산하셔서 오히려 협의회 사람들이 더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