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물건마을 전경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경남 민속문화 조사보고서 발간
‘경남민속문화의해’… 9개월 현지 머물며 담아내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민속 문화는 민중에 의해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인 문화를 말한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옛 민속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지난해 경상남도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경남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지난 1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 약 9개월간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마을과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에 거주하면서 민속문화 현지조사를 시행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현지 조사로 얻은 내용을 정리해 경남의 민속조사보고서 5권을 발간했다. 발간된 책은 2개 지역의 민속지와 살림살이 조사보고서 2권씩 4권과 경남의 대표 민속 문화를 주제로 한 <경남의 민속문화> 1권을 더해 총 5권이다.

조사 대상지인 남해 삼동면 물건마을은 오래전부터 남해를 대표하는 어업 전진기지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새로운 어로기술의 도입을 통해 풍부한 어획량을 이어가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방조어부림’은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혜택을 안겨줌과 동시에 빼어난 자연경관을 제공, 대표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또 물건마을 내에는 1960년대 말의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일명 ‘독일 마을’이 이색적으로 조성돼 이곳을 처음 찾은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또 하나의 현지 조사 지역이었던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는 낙동강과 회천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예로부터 강을 따라 이동하는 상선의 주요 경로로, 율지나루를 통해 상권이 매우 발달했던 곳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육로의 발달로 인해 예전의 명성은 사라졌지만, 비옥하고 넓은 농지를 기반으로 마늘과 양파를 대량 생산하는 경남의 대표적인 농촌마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에서 대규모의 양파농사가 이뤄지는 모습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2007년부터 서울 마포구 아현동을 시작으로 도시민속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12년 조사 연구한 경남 거제시에 관한 조사보고서도 이번에 총 2권 발간했다.

거제시는 대표 관광지보다 먼저 조선소로 유명한 곳이다. 대우조선해양(1981년)과 삼성중공업(1977년)이 시에 들어온 이후, 이 양대 조선소를 중심으로 도시 공간이 형성됐다. 일자리가 풍부해 구직자들이 몰렸으며, 인구가 늘자 여러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생겨나며 하나의 권역을 이뤘다.

이 권역은 조선소의 일상주기에 맞춰 구동되는 특징이 있다. 다른 지역 출신이 대다수인 거제시 인구 구조의 특성상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근로자들 탓에 도시가 텅텅 비게 되고, 조선소의 휴가기간에는 인근 식당들도 모두 휴업을 한다. 병원도 조선소 근무시간에 맞춰 야간진료를 하는 곳이 많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외국인 전용 식당, 슈퍼마켓 등이 밀집한 외국인 거리도 조성돼 있다. 또 조선소 출퇴근 시간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도로를 점령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거제시 인구는 약 24만 명이다. 이중 조선소 근로자는 약 6만 명이다. 3가구 중 2가구, 시민 5명 중 1명은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셈이다. 근로자의 가족을 합하고, 조선소에 기대어 형성된 상권까지를 합한다면 그 수는 전체 인구의 3/4에 이른다. 그래서 거제시에서는 조선소 작업복을 입은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작업복은 근무복이자 일상복이자 의례복이다. 이들 조선소 근로자들은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자식들의 입학식에 참석할 때, 결혼식, 장례식장 등 일상 속에서 항상 조선소 작업복을 착용하고 있다.

기업형 도시 연구 조사와 더불어 거제의 다문화 가정 이야기도 이번 거제 조사보고서에 담겼다. 흔쾌히 조사에 응한 가정은 삼성중공업 협력 업체 용접공 이수범과 필리핀 출신 영어보조강사 날도자 로살리 부부, 그리고 두 명의 자녀로 구성된 다문화 가족이다.

보고서에는 이들의 가족사가 기록됐다. 남편의 조선소 생활, 부인의 직장생활, 자녀들의 학교생활, 여가 생활, 식생활, 의생활을 포함하는 이들 가정의 일상을 기록함으로써 다문화 가족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